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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분실물센터
브룩 데이비스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의 상처를 지닌 밀리의 엄마찾기 여정이 그려진 책이다.
'죽음'이란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젊고 자상했던 아빠가 갑자기 죽음을 맞자 밀리와 밀리의 엄마는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지게 된다.
밀리는 자신의 노트에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살아있는 것들은 언젠가 분명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밀리의 엄마는 밀리를 백화점에 남겨두고 돌아올테니 이 자리에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밀리는 백화점에 남겨져 엄마를 기다리다가 지쳐 '엄마 나 여기 있어'라는 메시지를 백화점 매장 여기
저기에 남겨둔다. 마침 아내를 잃고 요양원에 들어갔다 탈출한 할아버지 칼도 백화점에 몰래 잠입하여
기거하다가 밀리를 발견하게 된다.
백화점직원에게 들켜 새로운 가정에 입양될 위기에 처한 밀리와 밀리의 친구 마네킹을 탈출시킨 칼은
밀리와 함께 엄마찾기 여정에 합류한다.
밀리의 집 건너편에 살고 있는 애거서 역시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이 죽자 은둔생활을 하며 철저하게 담을 쌓고 살아간다.
어른도 없는 집에 남겨진 밀리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밀리의 엄마찾기 여정에 칼과 함께 하게된다.
세 사람은 모두 사랑하는 아빠와 남편,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밀리의 엄마찾기 여행은 세 사람 모두에게 절박하게 다가온다. 버스를 탈취하고 수상쩍은 승무원이 탄 기차를 타기도 하면서 그렇게 엄마가 있는 멜버른을 향한다.
밀리의 '죽어가는 노트'처럼 애거서에게는 '노화노트'가 있다.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두려웠던 애거서는 그런 사실을 잊기위해 아니 기억하기 위해 노화일기를 쓰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당신도 한때는 중요한 사람 아니었나요?'
참 가슴아픈 문장이다. 주름투성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도 한때는 찬란했던 젊음이 있었고 중요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늙음이라는 것이...시간이라는 것이 서서히 죽음으로 향하면서 삶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밀리는 엄마찾기 여행을 통해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두문불출 애거서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칼과의 사랑을 통해 깊은 상처에게 벗어나게 된다.
다소 엉뚱하고 낯선 언어들때문에 산만한 공상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깊은 상처를 지닌 세 사람이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행은 따뜻했다.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세 사람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할 죽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인 '분실물 센터'의미는 누군가 상실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것같다. 'lost & found'라는 영어제목처럼 잃은 것과 발견한 것.
세 사람의 여정에서 그들이 잃은 것과 발견한 것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