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혁명가라던가 투쟁가라고 하면 체게바라나 카스트로같은 카리스마를 연상하게 된다.
우루과이라면 '우루과이라운드'가 얼른 생각나지만 남미국가중에서는 잘 알려진바가 없는 국가이다.
한때는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렸을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나라인데다 낙천적인 성격의 국민들이
순하게 살아온 나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무히카 전 대통령의 전기를 담은 이 책을 읽다보면
남미의 뜨거운 열정을 닮은 시간들이 있었음을 알 수있다.
이렇게 선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할아버지가 한 때는 국민전선연합의 도시게릴라출신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알에서 깨어나는 아픔같은 것들이 나라마다 있었던 모양인데 우루과이역시 60~70년대에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극심했고 무히카역시 이 거센
흐름에 중심에 있었다. 군부와 대립하고 노동자세력을 대변하는 게릴라로서 지하 땅꿀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총탄을 맞거나 잡혀 투옥되기도 하는 등
그의 시간들은 지난하기 그지 없었다.
가난한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 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사실 전세계에서 대통령을 지냈거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선택받은 교육을 받거나 환경을 지닌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가난한 출신은 거의 드물정도가 아닐까. 무히카는 말한다.
"우루과이에 가장 필요치 않은 사람이 바로 강한 사람이에요!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서 똑똑하다는 정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흔히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태평시절에야 굳이 영웅이 필요도 없겠지만 해결책이 필요한 순간 짠하고 나타나 해결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뜻일게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무히카는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우루과이의 영웅인셈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밑에서 성장한 무히카는 일찍부터 사회와 노동계급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관심까지도 많아서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물러난 지금도 꽃을 키우는 농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뿐더러 소외받은 사람의 상처까지도 보듬는 품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풍요롭게 부족함이 없이 자란 사람보다는
가난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보면 자신의 가난이 극심할 수록 권력을 잡았을 때 보상심리가 발휘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 점에서 무히카의 '큰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가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지나왔던 길에는 수많은 폭력과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도 인간인만큼 어찌 폭력과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
그가 지금의 부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것도 같은 도시게릴라출신이라는 공통점과 대업을 위해 자신의 삶의 어느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서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8순의 할아버지이지만 한 때 그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여러 여자들과 동거를 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남미국가답게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자유연애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는 것은 게릴라로서의 삶에서는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사선과 맞닿은 자신의 삶에서 상처받을 가족을 만드는 일이 유일하게 그가 포기한 일이 아닐까싶다.
"혁명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욕구들이 아주 다른 환경에서 표출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의 이 말에서 사랑의 다른 표현을 그가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부인과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대통령시절에도 반은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지금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예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우루과이라는 나라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그가 적의 보복이 필요없는 안정된 정치를 수행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거니와 아무 두려움없이 살아갈만큼 자신의 삶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부를 도둑질해간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에 여전히 경호원들이 둘러싸여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니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도 무히카 대통령에게 보내는 우루과이국민들의 사랑만큼 전직대통령에게 무한 애정을 보내는 그런 시대가 오기는 할 것인가.
대체로 무히카가 지내온 시대는 전세계가 이데올로기와 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때였다.
우리를 포함하여 수많은 나라가 독재정치에 휘둘리기도 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들에 의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가 있는가하면 몰락한 정치인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시대에 자칫 독재국이 되거나 빈곤국에 전락할 수도 있었던 우루과이가 무히카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곁에 있는 이웃 아르헨티나나 쿠바의 몰락을 보면 왜 우루과이는 행운이었는지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그가 걸어온 한 나라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한 인간의 존재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과 함께 울고 웃어주던 무히카같은 대통령을 우리도 갖고 싶다.
지금 정치에 발을 담근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