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1943년 전쟁이 한창이던 알프스산맥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버려진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양을 치고 사냥을 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마을에 독일군들이 나타나고 자유도 물자도 줄어드는 생활이 이어진다.

더구나 산에서는 양을 죽이고 사람마저 헤치는 괴물 '베트'의 출현으로 뒤숭숭하기만 하다. 실제로 사냥을 나갔던 마을주민 앙드레는 베트에게 공격을 당해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베트는 전에 양치기 주인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다 도망쳐 야생성을 보이는 불쌍한 개일 뿐이다.

여덟살인 세바스찬은 어려서 엄마가 산넘어 아메리카로 떠났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믿고 자라온 천진한 소년이다.

교육을 받아봤자 지금같은 시국에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믿는 할아버지의 고집때문에 세바스찬은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그저 할아버지와 함께 양을 돌보거나 젖을 짜고 빵집을 하는 누나 앙젤리나를 심부름을 하는 정도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괴물 베트에게 마음을 빼앗긴 세바스찬은 베트가 괴물이 아니라 심한 트라우마로 적대감을 가진 불쌍한 개라는 것을 알게된다. 베트에게서 자신의 외로움과 상처가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빨을 드러내고 적대감을 보이던 베트는 먹이를 주고 안심시키는 세바스찬에게 마음을 열게된다.

세바스찬은 베트가 암놈임을 알게되었고 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의 안식처인 대피소에서 돌봐주게 된다.

 

 

하지만 흉흉한 민심을 다잡기 위해 독일군장교 브라운중위는 마을사람을 모아 베트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벨에게 위험이 닥친 것을 직감한 세바스찬은 벨을 숨기려고 하지만 벨이 괴물이라고 믿는 할아버지의 계략으로 벨은 마을사람들에 의해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벨이 죽었다고 생각한 세바스찬은 할아버지를 미워하게 되고 다행히 발견된 벨은 심한 부상으로 죽음에 놓이게 된다.

어린 소년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벨을 치료하지만 벨은 서서히 죽어가게 되고 결국 의사인 기욤에게 달려가 벨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사실 기욤은 의사이지만 레지스탕스일원으로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탈출하는 유대인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장면을 세바스찬에게 들키고 서로에게 비밀을 묻지 않기로 약속하게 벨을 치료해 생명을 구해준다.

후일 늑대가 할아버지의 양들을 공격해오자 양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기욤이 발목을 다치고 심한 눈보라속에 죽을 위기가 닥치자 벨은 썰매에 기욤을 태워 마을로 데려오면서 은혜를 갚게된다.

 

 

앙젤리나를 좋아하던 기욤은 자신의 정체를 고백했고 부상때문에 탈출 가이드를 할 수 없게 된 기욤을 대신해 앙젤리나가 한 가족의 탈출을 돕게된다. 몰래 누나뒤를 밟았던 세바스찬과 벨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얼음과 눈이 덮힌 산속에는 천길 낭떨어지인 크레바스가 숨어있다.

더구나 한밤중에 뒤를 쫓는 독일스키부대원들에게 잡히지 않기위해 사력을 다해 산을 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한다.

오로지 벨의 동물적인 감각만을 의지한 채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거기에는 어린 소년 소녀도 함께 있다.

1960년대에 우리 드라마 '대장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는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한 벨과 세바스찬은 프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우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학대받은 기억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벨이 세바스찬의 사랑으로 순한개로 돌아오고 결국 벨은 기욤을 살리고 탈출을 돕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아메리카로 갔던 엄마가 돌아올것이란 믿음으로 살아온 세바스찬의 비밀도 밝혀지면서 할아버지와 등을 돌렸던 세바스찬도 화해의 손을 내밀게 된다.

 

참으로 감동스런 작품이었다. 전쟁중이란 급박한 상황에서 의로운 자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 독일군이면서도 평화를 택한 브라운중위의 선행도 감동스럽다.

앙젤리나와 기욤 그리고 브라운중위의 삼각관계또한 흥미롭다.

이 작품은 여러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이미지도 떠오르게 한다.

아마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 '마지막 수업'의 무대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싶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출판사 '밝은 세상'의 작품은 한번도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다. 오랫동안 감동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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