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가 기억하는 비범한 여성들
서영 지음 / 책벗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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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중국은 여자를 귀하게 여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남성위주의 역사속에 그나마 흔적을 남긴 중국여성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떠올랐다. 신사임당이나 허날선헌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성들이 그나마 흔적을

남겼지만 이 책에 소개된 중국의 여성들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책의 표지에는 15세 연상인 한량 유방과 결혼하여 그가 왕이 되는데 크게 일조한 여치의 초상이 그려져있다.

중국의 비범한 여성중에는 뛰어난 미모로 왕을 미혹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는 미인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여치는 현모양처의 모범으로 존경받았지만 후에 한나라의 시조가 되는 남편 유방의 배신으로 어쩔 수 없이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고 만다. 영웅이 미인을 마다할리 없다지만 유방이 총애하던 척희의 사지를 자르고 돼지우리에 던져넣은 여치의 포악함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동서고금 시앗에 대한 본부인들의 앙심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여치가 자신이 원하는 왕을 세우고 그에 못지 않은 권력을 누렸을만큼 그녀의 능력은 탁월했다.


중국의 고대 미녀인 4대 미인인 서시, 왕소군, 초선, 양옥환(양귀비)중에 두 여인의 삶이 나온다.

가슴앓이를 하여 늘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는 서시를 흉내내는 여인들이 많았을만큼 창백한 미모를 자랑했던 서시는 사실 최초의 미녀스파이였다고 한다. 와신상담으로 유명한 구천과 부차의 이야기속에 그녀가 등장한다.

오월동주의 오나라와 월나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다. 호시탐탐 원수 갚을 날만 기다렸던 구천에게 신하 범려는 부차에게 서시를 보내 염탐을 하자는 제안을 하게되고 서시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오나라는 멸망하고 서시의 최후에 관한 기록은 없다고 한다.

한 나라의 존망을 결정한 서시의 아름다움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단지 예쁘기만 했을까. 아마 머리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신의 미모가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누렸을지는 모르지만 한 여자로서의 일생은 불행했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통일하여 황제가 된 진시황의 뒤에는 파 과부 청이란 여인이 있었다고 한다. 시댁의 가업을 이어 광산업으로 성공한 그녀는 진시황의 안목을 미리 알아보고 많은 재산을 헌납하고 진시황은 그 돈으로 전쟁을 하여 중국을 통일한다.

영원불사를 꿈꿨던 진시황에게 수은으로 강을 이룬 진시황릉을 제안한 것도 청이었다.

청이란 여인을 보며 제주에서 장사로 큰 돈을 벌었던 만덕이 겹쳐진다. 말하자면 두 여인들은 현대의 CEO인 셈이다.

만덕은 가난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그토록 원하던 육지에 올라 금강산 구경을 하는 것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청은 한 나라를 세우는데 원동력이 되었으니 가히 그 파워가 엄청나다.



어쨋든 오래전 중국이란 나라도 남자들의 세계였다. 단지 남자의 부속물로 살다가 사그러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불태우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인네들을 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역사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되기도 하는 법.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그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찬란한 성취를 이룩한 여인네들의 삶을 보니 영원히 사그러지지 않는 꽃을 보는 것 같았다. 악녀였든 선녀였든 한바탕 제대로 살다간 여인네들의 삶이 문득 부러워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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