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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ㅣ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최근에 읽은 책중에 교육의 본질이 출세나 취업을 위한 목적으로 변질되는 작금의 세태를
비난하는 것에 큰 공감을 느꼈다. 교육이란 단어가 이 책의 주제인 '수업'과는 조금 다른 뜻이긴
하지만 오래전 우리 조상들이 심신을 연마하고 인격을 고양시켰던 작업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혹은 출세의 디딤돌쯤으로 변질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랫동안 합기도 유단자로서 무술인으로서 평생을 배움과 함께한 저자의 참다운 수업에 대한 조언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약삭빠르고 성적위주의 사회에서 좀더 진득하게 어쩌면 어리석은 마음으로 수업을 해보자는 조언에 공감한다.
무술인들이 무예를 겨루는 도장은 그저 대기실일 뿐이고 도장밖이 무대라는 스승의 말이 크게 와닿는다.
반 백년을 살아보고 사회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집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치 전쟁터의 한복판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지긋지긋해 보이는 학교라는 공간에 있을 때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될거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오로지 '공부'라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학교라는 공간은 역시 대기실일 뿐이다.
하지만 학교밖으로 나서는 순간 요즘 유행하는 게임의 아바타처럼 온갖 무기를 들고 전투를 시작해야 한다.
그저 성적만 올려야하는 교육에 익숙했던 아이들에게 세상은 면역체결핍의 무시무시한 체험장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부모의 과잉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자아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자존'과 '자아'를 착각하는 상황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는 즉시 '자아'를 벗어 던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명상이 좋은 수업임을 권하고 있다.
문학과 철학, 교육분야에서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여주던 사상가인 저자가 만일 무도인으로 자신을 단련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수업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식이 아닌 지혜 그리고 무술인에게 필요한 기의 훈련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스마트시대의 아이들에게 좋은 교본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지털시대 일수록 심신은 아날로그로 역행해야 참다운 수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인생 선배에게서 좋은 수업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