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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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년 전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은 최근에 읽은 작품중에

가장 최고였다.  그의 소설에서 언뜻 언뜻 느꼈던 남다른 감성과 재능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의

고독한 성장기와 고통스러웠던 결혼생활, 그리고 상처가 컸던 이혼이야기를 통해 멀리 있었던 그가 친근한 친구처럼 다가왔다.  글이란 단순한 재능만으로는 감동이나 진심을 담을 수 없다. 어쩌면 처절한 자기성찰을 통해 거듭나야 스펙트럼처럼 자기색을 입혀 탄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작가인 더글라스의 조금쯤 어두웠던 어린시절과 결혼생활이 그의 문학적 재능을 더 단련시켰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가 조국인 미국을 떠나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내는 이유중에는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유대인인 어머니는 심지어 작가를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하질 않나 덩치가 산만한 그의 아버지는 다정하기는 커녕 이기적인 어머니의 곁에서 떠나지 못한 채 평생 자신을 속박하고 이 스트레스를 아들에게 풀었던 사람이다. 심지어 말년에는 자신의 실수로 잃어버린 재산을 만회하기 위해 아들에게 손을 벌리기까지 하다니.

아주 단순한 이유로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하던 아버지는 9년만에 전화를 해서 돈을 좀 달라고 한다.

더글라스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너무 미웠지만 화해의 자세로 맨해턴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냉정한 태도는 여전했고 더들라스는 도망치듯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술과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던 그는 도착직전 자신이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부모를 용서하기로 한다.



책의 부제에는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큰 질문들'이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왜 그가 대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빅 퀘스천...한 마디로 인간의 삶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인생은 왜 끊임없이 불공평한가? 생명의 불이 꺼지고 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대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이 존재하는가.



 

'시간의 흐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세상을 살다간 모든 사람들이 맞닥뜨렸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하는 말에 가슴에 콕 박힌다. 갑작스럽게 난 더글라스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나와는 6살 차이가 나는 거의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원하지 않는 덫에 갇혀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사실을 아주 뒤늦게서야 알게된다는 진실...가슴이 아파온다.



평화롭게 보이는 호숫가의 오리에게도 물밑에 파닥거리는 물장구질이 있는 것처럼 얼핏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된 삶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형처럼 의지했던 명망높은 교수의 자살이 그러했고 그의 곁을 스쳤던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어린시절이 그러했다.

'삶이란 결코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이만큼 살아보니 나도 그의 이런 말이 너무도 와 닿는다.



 



그가 오지탐험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 여관에서 겪었던 갑작스런 죽음의 목격담을 읽어가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죽음'이란 실체를 나도 함께 바라보는 것같은 슬픔과 고통이 느껴졌다.

바로 조금전까지 인간이었지만 차가운 시신으로 남겨진 사람. 과연 그 주검은 직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고통은 없었을까? 오지를 나오면서 차안에서 들었다던 브람스의 독일레퀴엠을 들으며 나도 이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날밤 충격을 이기고 원고를 쓴다. 그의 말처럼 모든 작가의 가슴속에는 고드름이 있는 모양이다. 차가운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려는 능력말이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그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엄청난 비방이 쏟아진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충고한다.

고드름 같은 이성을 키우기 위해 이런 단련이 필요한 것이 바로 작가라는 직업일게다.

그의 작품들이 견고한 것은 바로 그 자신이 어린시절의 상처와 수없는 비방들로해서 단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과연 단단해질 각오가 되어 있을까?


작품을 통해서 느꼈던 느낌과는 다른 아주 인간적이고 섬세한 더글라스 케네디를 만났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속에 느꼈던 수많은 고통들과 그 비슷한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생은 결코 답이 없지만 우리는 삶을 계속해야 하고 적어도 고통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증오를 용서로 전환할 수 있어야 더 이상 피폐한 삶에 갇혀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다행스럽게 자폐증인 아들이 장애를 딛고 멋지게 독립했고 자신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했다는 말미의 고백이 너무도 감사하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서야 햇살아래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용서하지 못할 상처가 많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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