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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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처럼 '신이 정말 있을까?'하는 의문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전지전능하신 신이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내 곁에 같이 있다면? 와우 정말 언빌리버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주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신과 함께 며칠을 보낸 심리학자 야콥 야코비란 남자의 이야기이다.

석달 전 이혼한 야콥은 거의 파산직전의 상황에 빠져있다. 심리치료사무실에는 상담환자예약이 거의 전무한데다 이혼 후 거의 몸만 빠져나와 집세를 걱정할 형편이다. 유일한 상담환자는 이혼한 전 부인이다.

죽은 삼촌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상속받은 아내 엘렌은 애인과의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한밤중 그의 집-엄격하게 말하면 전부인인 엘렌의 집-으로 쳐들어오고 질투에 눈이 먼 그녀의 애인은 뒤를 쫓아와 야콥에게 주먹을 날린다.

코뼈가 주저앉은 야콥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다시 깨어난 병원에서 어릿광대 복장을 한 40대 후반의 남자를 만난다. '아벨 바우만' 스스로 신이라고 말하는 남자이다.



처음부터 그를 신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많기도 하려니와 정신병자들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심리치료사가 되어 달라는 요청에 야콥은 요기나 면할 작정으로 수락하고 만다.

그렇게 한 남자와 신이라고 말하는 남자와의 동행이 시작된다.

현재 요셉이란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마리아란 여자의 애인이며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었다는 아벨은 신은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분명해보인다. 돈이 필요하면 카지노에 가서 도박으로 원하는만큼 돈을 따기도 하고 빈 커피잔을 계속 채우는 마술을 부릴 수도 있다는 걸 야콥은 확인한다.

하지만 왜 자칭 신이란 남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바로 잡지 않는 것일까?



신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는 세계사를 인간과 함께 건너 오면서 모든 걸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어? 헛수고 였어.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어! 결국 나는 완전히 실패했어. 세계를 둘러봐! 어디에서건 굶주림과 전쟁, 자연 재앙, 탄압, 불의 환경 파괴가 판을 치고 있잖아. 또 뭐가 있지?"

이건 신이 할 이야기가 아니라 신을 믿는 사람들이 신에게 따져물을 이야기가 아닌가.

"야콥, 인간들 없이는 내가 뭐겠어? 인간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믿을 때만 움직일 수 있어. 아무도 신에게 관심이 없다면 나는 힘을 쓸 수가 없다고...그게 바로 내 문제야...내가 뭔가 실수를 한 게 분명해. 인간들이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그 실수가 뭔지 찾아낼 수 있게 도와줘." 이게 바로 신이라고 칭하는 아벨이 야콥을 찾아온 이유였다.

야콥은 아벨에게 자신이 신이라는 증거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자연재해를 예고하든지 암튼 뭐라도 해서 자신을 증명 하라는 요구에 아벨은 설사 자신의 예고가 적중해서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왜 신이라면서 그 재해를 막지 못했냐는 질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항변한다. 맞는 소리지.

하지만 아벨은 작은 기적들을 행하면서 야콥에게 자신이 신임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현 세상에서 조금은 무능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달라는 야콥의 요청에 아벨은 야콥이 태어나지 않은 세상으로 데려가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건 분명 아벨이 신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야콥은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세상에서 펼쳐지는 삶을 보면서 현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현실의 삶을.


작가는 아주 특별한 호기심으로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어딘가 분명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이 사실 아주 가까운 곳에 인간의 모습으로 같이 살아간다면.

인간이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수록 신은 고독해지고 힘도 점점 떨어진다. 세상은 신이 원하는대로 굴러가 주지 않고 무기력한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신의 고뇌라...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서양의 자연스런 연애관과 결혼관들이 섞이면서 신도 결혼생활이나 아내, 아들 문제만큼은 어쩔 수 없구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신을 아주 인간스러운 심성을 가진 존재로 끌어내리지만 친근감은 더하게 된다.

그리고 신은 절대 죽지 않는다라는 희망을 주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지만 풀지 못하는 매듭처럼 껄끄러웠던 관계도 사랑으로 극복하는 과정도 감동스럽고 아벨 대신 다시 환생한 신의 모습이 노파의 모습이라니...파격적인 결말도 너무 재미있다.

나는 신을 믿는가? 글쎄 신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 세계, 아니 전 우주를 관리하느라 조금 바쁘다는 생각은 든다. 여기 저기 손을 좀 봐줘야 할 곳에 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고 느끼니까.

신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믿음이 절실하단다.  신을 믿어보자. 다시 충전된 신에 의해 세상이 변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믿습니다. 신이여. 세상을 좀 구조조정해 주시길..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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