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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해마다 5월이 되면 귓가에 '5월은 푸르고나 우리들은 자란다'하는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려서는 가을보다 더 풍요로움을 느꼈던 달이 바로 5월이었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꽃다발과 선물이
오가고 모두 행복한 달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서 5월은 '부담의 달'이다.
받는 일보다는 주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인데 풍성한 샘터 한 권이 그나마 선물처럼 다가와 위안이 된다.
이제 새잎이 나오기 시작한 담쟁이 덩굴옆 샘터 잡지의 표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 잡지'라는 로고가 화려하다.
더구나 2015년 샘터상 당선작이 발표되었다니 응모한 사람들이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나 기대가 크다.
해마다 시상작을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샘터상의 당선작들은 짜고 맵고 양념이 화려한 음식이 아닌 단순하면서 재료 고유의 맛이 잘 어우러진 시골 밥상의 느낌이다. 일부러 꾸며진 화려함이 아닌 진솔한 자연과 만나는 느낌이랄까.
사실 나도 저 정도는 쉽게 쓰겠네...싶을 정도로 담백하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온갖 수식어들이 단순함을 방해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잔뜩 채워진 마음을 비워내야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부러워진다.
서민 교수의 이달의 기생충이야기는 '국경 없는 기생충'이야기이다. 사람 몸안에 든 기생충이 국경을 넘어 이국의 기생충과 조우를 해도 절대 싸우지 않는다는 말에 곁들여 뉴질랜드로 이주하여 리디아 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골프선수 고보경에 대한 씁슬한 반응에 일침을 가한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출신의 어린 선수의 활약을 기특하게 여기면 그만일 것을 국적문제로 시비를 걸다니..
암튼 우리나라 사람들 남 잘되는 꼴을 잘 못보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기생충만도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다.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가진 서민 교수에게도 언짢은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흔히 '믿고 보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예술가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성석제의 작품이 그러한데 지난호에 이은 두번째 그의 작품은 '나이의 가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싸우다 흔히 내뱉는 말들이 '너 나이가 몇이야. 에미 애비도 없냐'이다. 엊그제 2시의 컬투쇼에서 실제로 버스에 탄 여성과 나이든 할아버지의 실랑이에서 바로 이 얘기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준 '네, 에미 애비는 다 돌아가셨어요.'로 제압을 했다는 이야기에 속이 시원했다.
나이가 벼슬도 아니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안한다고 호통치는 어르신들 제발 이 작품좀 읽었으면 좋겠다.
술에 취하고 피곤했던 5십 중반의 여인이 '장유유서의 예의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호통치는 할아버지의 설레발에 조용히 한 마디로 제압을 했단다...뭐라고 했을까? ㅎㅎ 뒤집어 지는 줄 알았다. 속이 후련해!
요즘 대세직업군중에 '디지털 청소꾼'이던가...사후 자신의 계정들을 정리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사실 분명 있지만 정작 보이지 않는 공간에 내 흔적이 너무도 많다. 특히 글을 많이 쓰는 나는 새 컴퓨터를 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속도가 무척이나 느려지는데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적체시키기 때문이란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사진'이다.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지나간 순간을 지우는 것이 너무 아쉽고..결국 창고가 비좁아지기 시작한다. '정리의 달인'에 나오는 사진 정리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팁이다.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변신시켜줄 고데기가 이달의 선물로 나와있고-난 항상 이렇게 선물을 보내오는 독자가 궁금하다- 우유나 마요네즈를 이용하여 천연살충제를 만드는 법도 나와있다. 이러니 어찌 풍요로운 5월이라 아니하겠는가.
무조건 받아가시라. 샘터는 늘 영원히 퐁퐁 샘솟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