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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아주 오래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유머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코끼리라니? 사실 (핑크)코끼리는 서로가 다 알면서 모른척하는 어려운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방 한가운데 분홍코끼리가 있는데 과연 아는 척을 할 것인가. 모른 척을 할 것인가에 대한 현대인에 고민을 빗대어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 수록 생각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10여년 전 초판을 출간한 후 다시 개정판을 내개 된 것은 대중의 몰이해 내지는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인듯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인 주제로 다루는 것은 '프레임'이다.
얼마전 읽었던 '프레임'에서도 다룬 주제이지만 대중은 일반적으로 이런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어떤 틀속에 고정된 이미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은 같은 의미인데 대중들에게 어떤 단어가 더 긍정적인 이미지인지를 물었을 때 '오바마케어'가
훨씬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더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가 단어 하나에 어떻게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워터케이트 사건의 당사자인 닉슨이 대중에게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국민들은 그가 사기꾼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언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힘을 알게되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현재 진행중인 이 현상 바로 '교육'에 관한 부분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까닭에 교육도 급격히 바뀌었다. 교육을 부나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얻는 직접적 통로로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교양 교육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지극히 중요한 개인적 풍요를 맛보지 못한 채 당장의 취업을 위해서
'교육받고'있다. 이는 교육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의 본질인 교양교육은 평생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취업을 위한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현재의 일자리가
미래에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시대에서 이런 교육이 인간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우려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도 영원한 숙제인 '보수'와 '진보'에 대한 문제는 전세계적으로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하는 의문과 진실을 알게되면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에 대한 의문도 저자는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상위 1%의 사람들이 이끄는 모든 분야의 우위에 대해서도 진실을 알게되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권력이나 힘을 가진 집단의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머리속에 각인된 '프레임(틀)'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말에
힘이 빠진다. 말하자면 우리는 뭔가를 보고 있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맹과니가 된 느낌인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첫 번에 읽었을 때 그동안의 지식이나 관념을 뒤집는 설명에 다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숙제서이다.
기만당하지 않고 자주적인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고 앞으로 10년 후 또 다시 개정판이 나올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