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호기심이 문제였다. 이 세상의 모든 재앙과 고통이 들어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상자밖으로 쏟아져나온 고통은 세 딸의 어머니이자 타파웨어의 시간제 판매원인 세실리아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오래전 유럽여행시에 구입했던 베를린장벽의 조각을 큰딸인 에스터에게 주기위해 다락방에 올라갔던 세실리아는 남편인 존 폴이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던 신발상자에서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고 적힌 편지봉투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빠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모범시민인 남편이 아내인 세실리아에게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시드니의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서 일하고있는 레이첼은 28년전 외동딸은 자니를 잃었다.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자니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고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된 채 레이첼의 가슴속에 남았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비디오테이프속에 자니와 함께 있었던 남자애가 범인일 것이라고 짐작한 레이첼은 그 남자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체육교사 코너 휘트비임을 알게 된다.

 

한편 남편의 비밀편지를 읽은 세실리아는 존 폴이 열 일곱살 어린시절 큰 범죄를 저질렀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왔음을 알게된다. 늘 밝고 모든 사람에게 긍정의 힘을 보여주었던 세실리아는 큰 고통에 빠지게 되고 시카고에 출장중이던 존 폴 역시 급히 돌아와 아내가 자신의 비밀편지를 열어보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존 폴은 죄책감으로 인해 더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왔고 심지어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위해 6개월동안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맙소사!

 

 

멜버른에서 남편인 윌과 사촌여동생인 펠라시티와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테스는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윌과 펠라시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테스에게 유일한 자매이며 친구였던 펠라시티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테스는 아들인 리엄을 데리고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떠나게 된다. 리엄을 전학시키고자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 갔던 테스는 우연히 옛남자친구였던 코너를 만나게 되고 배신에 대한 복수인지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사랑에 빠져 코너와 격정적인 섹스에 빠진다.

 

남편이 저지를 과거의 죄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세실리아, 경찰에 자수하겠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비는 존 폴. 살았다면 누렸을 자니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코너를 의심하는 레이첼.

 

 

사촌동생과 윌의 배신으로 혼란스런 감정에 빠진 테스.

이렇게 소설은 세 군데의 시선으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흔에 접어든 중년여인들의 나른함과 조금은 느슨해진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새롭게 다가선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배신당한 여인의 방황이 교차되면서 오래전 저질러졌던 범죄에 대한 단서가 서서히 좁혀진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과연 철이 없었던 시절에 우발적으로 저질러졌던 죄의 진실이 세상에 밝혀질 것인가.

아니면 평생 죄를 숨긴 채 스스로에게 판결을 하며 살아온 시간으로 죄가 사하여 질 것인가.

증오에 찬 레이첼의 복수극은 또 다른 죄를 불러오고 '너희들의 죄는 서로 상쇄됐느니라'로 귀결된다.

 

그저 오래전 일어났던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스릴러와는 다른 엄청난 소설이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이런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인류의 역사에 이런 가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신이 예정해 놓으신 운명을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중년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과 부부간의 사랑,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등이 오묘하게 녹아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더구나 마지막 장에 펼쳐진 반전은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 중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었을 것이다.

수십년을 이어온 증오도 진실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호주에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람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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