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제법 어려웠던 책들을 읽으면서 과연 '운명'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었다.
태어나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모여 마치 바코드처럼 인간의 일생에 '운명'이 각인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속에서 스스로의 선택이나 노력, 혹은 포기없이 예정된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어디에도 정답이
없었다. 그렇다면 '숙명'은 어떠한 것일까.
이 책에는 '운명'은 어느정도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숙명은 도저히 어쩔 수 없이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야만
하는 처지를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간게게 부여된 운명은 어느만큼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는 데이터로 운세를 점치는 주역을 나는 통계학이라고 본다.
삼라만상의 기운이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각인되고 어느 정도 예정된 프로그램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수치처럼 표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면 '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은 모두 같은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언젠가 다큐에서도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의 운명은 어떠한지 추적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같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보면 사주로만 운명을 점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은 사주로 운명을 풀어주는 책이 아니라 얼마든지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좋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노력이 없다거나 누군가를 증오하고 해한다거나 덕을 쌓지 않으면 좋은 복을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생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관계도 운명을 변화시키는 요소라고 말한다.
흔히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살면서 좋은 인연만을 만나면서 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가 좋은 인연인지 나쁜 인연인지를 판단하는 일과 나쁜 인연이라면 무쪽 자르듯이 과감하게 절연하는 '코드뽑기'같은 일을 할 수
있어야만 좋은 운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숙면'도 개운하는 방법이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였다.
잘 자고 잘 먹고 하는 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운명과도 상관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긴 잠이 부족하여 늘 피곤하면 만사가 짜증스럽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게 어려울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운명이란 결국 어느 사주를 갖고 태어났든 좋은 인연들과 좋은 덕을 쌓으면서 업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다.
현세의 업을 닦지 못하고 다시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히면 어떤 사주로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좋은 시간에 기도하고 있는 것들을 서로 나누고 걱정없이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면 저절로 운명은 좋아지게 된다는 말인데 사실 쉬운듯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인지 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치도 안되는 마음하나를 다스리지 못하니 내게 각인된
나쁜 기운을 떨쳐내는 일이 어디 쉬운가 말이다.
새해가 오면 올해 운수는 어떨지 보고 싶어지고 미래에 희망을 걸게 된다. 하지만 내 자신이 변화하지 않고 나무밑에서 열매가 떨어기지만을
기대한다면 좋은 운명이란 없다는 말로 이해하기로 했다.
주역을 해석하는 책이라기 보다 운명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