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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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에게 가장 상처를 줄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아팠다.

자신과 피를 나눈 가족이 주는 상처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따뜻하고 안락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을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복한 요소를 갖춘 그런 가정말이다.

근엄하지만 따뜻하고 능력있는 아버지와 아이를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인자한 어머니가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해줄 경제적인 것들과 조금 더 바란다면 그 모든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다정한 이웃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이 될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고 보니 원하던 가정의 모습이 아니었다면...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삶을 어째야 할까.

 

 

 

자동차 보험사에서 능력있는 손해사정사로 인정받았던 앙투안은 단 한번 임산부가 벌인 교통사기를 조사하면서 그녀의 불쌍한 삶에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거짓 조사서를 올려 보상을 받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해고통지를 받는다. 그 시기 이미 아내인 나탈리와의 부부사이는 벌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엎친데 덮친격으로 앙투안의 삶은 아래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한다. 아니 벌써 추락은 시작되고 있었다.

화학을 전공하고 약국에 약사로 근무하던 앙투안의 아버지는 약사로서는 유능했지만 남편이나 아버지로서는 무능한 가장이었다. 어린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잠깐 불같은 사랑을 했다고 믿었던 아버지는 그 뒤 타고난 재처럼 온기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긴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나에게 이런 결말은 예상이 되었지만 어린 앙투안은 부모의 건조한 결혼생활이 이해되지 못했다.

앙투안의 뒤를 이어 태어난 쌍동이 여동생 안과 안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쌍둥이중에 안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자 간신히 가정의 형태를 유지하던 앙투안의 울타리는 무너져 내린다. 쌍둥이를 낳은 후 각방을 쓰던 부모에게는 사랑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었다.

어머니는 간단한 짐만을 챙겨 집을 떠났고 남겨진 가족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도 고통스런 댓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잠시 아버지는 떠나버린 엄마의 자리도 채우려고 했지만 가장으로서의 능력마저도 부족했던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이는 것으로 그자리를 채우고 만다.

여동생과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재로 충격에 빠진 앙투안과 안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만큼 고통에 빠지고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고통을 견디게 된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되어버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것일까.

인기있는 약사로 여자들에게 인기있었던 아버지에게 소외감을 느껴서였을까.

굳이 앙투안의 엄마가 자식들마저 버린 채 집을 떠난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사실 집을 떠나서도 그녀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므로...몇 몇 남자들과 동거를 하기도 했지만 청소부로 근근히 살아가야 할만큼 어려움에 빠지면서도 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식어버린 남편과의 사랑은 그렇다쳐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의무는?

 

 

충격으로 언어장애를 가지게 된 안나와 앙투안은 슬픔에 젖은채 성장한다.

안나는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가진 남자와 만나 이상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앙투안은 마치 부모의 운명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거의 같은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한때는 뜨거웠지만 사랑은 식어가고 아내인 나탈리는 바람을 피운다가 결국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바로 그무렵 해고까지 당한 앙투안은 남겨진 아이들과 예전에 자신이 안나와 그랬던 것처럼 슬픔에 젖은 채 황량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왜 앙투안은 권총으로 자신의 딸을 쏴야만 했을까.

자신에게 닥친 절망을 극복하지 못해 아이들을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 했던 것일까.

하지만 딸 조세핀의 턱을 향해 총알을 발사한 후 정신을 차린 앙투안은 권총을 내려놓고 경찰에 투항한다.

심각한 정신장애로 판단되어 철창이 아닌 정신병원에 입원한 앙투안.

아이들은 엄마인 나탈리와 그의 연인이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보내진다.

 

이제 앙투안의 곁에는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로 대신 어머니의 자리를 차지한 새어머니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 조차도 자신의 아이들을 총으로 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앙투안은 멀리 멕시코로 떠난다.

나탈리의 집으로 갔던 딸 조세핀은 엄마도 그의 연인도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아들인 레옹은 엄마의 남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잘 누르며 살아간다.

 

 

 

왜 우리들은 곁에 있을 때 소중한 것을 알지 못할까.

자신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하고 집밖에서만 맴돌던 아버지처럼 앙투안 역시 그의 아버지의 삶을 닮아간다.

그런 이기심때문에 외로웠던 앙투안이 좀 더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자신의 딸을 총으로 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슬픔이 배어있는 프랑스 특유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우울한 느낌이다. 어둔 하늘 아래 비가 내리는 장면같다고나 할까.

앙투안의 아버지역시 좀더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줬더라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는 물려받기 싫은 운명을 대물림하는 뿌리가 되어버렸다.

다만 총으로 찢겨진 상처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조세핀이 인간이 아니라고 여겼던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래도 가족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혹시라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이런 불행한 가족사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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