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우선 이 책을 읽기전 따뜻한 담요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샌드위치와 커피를

준비해두도록 조언하고 싶다.

유럽의 겨울날씨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춥고 음산하다고 알고 있다. 하필 꽃샘추위가 기승인 요즘 이 소설의 무대는 12월의 추운 겨울인데다 난방도 되지 않는 지하실이다보니 읽는내내 추위가 느껴져 혼이났다.

서른 다섯 살의 매력적인 경찰 브누아 경감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이용하여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바람둥이 사내이다. 문제는 그가 아들 하나를 둔 유부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인 가엘을 사랑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동서양을 넘어 사내들의 속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결국 그 바람끼 때문에 브누아는 불행에 빠지고 만다.

 

 

출장에서 돌아오던 브누아는 고장난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여기까지는 경찰로서의 친절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차주인인 미모의 여자 리디아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집으로 간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녀가 건네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브누아는 어두운 지하실 쇠창살안에서 눈을 뜬다.

리디아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끌어들여 지하실에 가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왜 리디아는 브누아를 가둔 것일까.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오델리아는 15년전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살해되었지만 시신을 발견되지 않았다.

오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을만큼 고통속에서 살아온 리디아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적은 편지를 받게 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브누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를 납치하여 가둔 것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바람끼 때문에 수많은 여자를 전전하기는 했지만 브누아는 누군가를 납치하여 살해한 기억은 없었다.

브누아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는 리디아는 그가 범행을 자백하고 오델리아 묻혀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고문을 하고 서서히 그를 죽이려 한다. 독자들은 분명 브누아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에게 범인의 누명을 씌웠고 리디아는 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디아의 확신으로 브누아는 점차 죽음으로 향하게 된다.

과연 브누아를 범인으로 몰아가게 한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정신병을 앓고 있는 그녀를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그가 왜 브누아에게 칼을 겨눈 것일까.

 

작가는 곳곳에 부비트랩을 장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편의 바람끼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부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 가렐에게는 남편을 죽일 의도가 없었을까? 혹은 동료사이면서도 한때는 연인사이였던 자밀라 형사 역시 진짜 범인일 가능성은?

남편의 실종에 충격을 받았을 가렐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아주 의도치 않았던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동료이면서 상사인 경찰의 부정한 행동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더러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우리는 이런 포장된 인간들 사이에서 교묘함을 알지 못한 채 상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철창안에 갇힌 죄수만이 죄인이라는 증표가 될까? 우리곁에 같이 숨어 살고 있는 고도의 죄인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대부분의 추리물들은 범인이 밝혀지고 잡히든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생각지 않은 반전이 기다린다.

독자만이 범인을 알 뿐이다. 진짜 범인이 브누아가 갇혀있던 지하실에 남겨두었던 마지막 사인!

'넌 절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납치된 브누아도 그를 납치하여 고통에 빠지게 한 리디아도 진짜 범인은 끝내 모르게 된다.

브누아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이 왜 이런 불행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소설은 막을 내린다.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이 이 소설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독자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브누아의 불행을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과연 브누아가 겪은 고통은 적절했던 것일까? 그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과거의 어떤 행동이 분명 그를 불행으로 몰게 되었으니까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은 결백하다고 믿었던 브누아에게는 부당한 일이다.

불행의 당사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것과 끝내 자신이 왜 불행해졌는지 모른 채 결말을 맞은 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가 아닌가싶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죽어가는 브누아의 삶을 보면서 바람둥이 남자들이 정신이 번쩍 나지 않을까.

혹시 남편이나 애인이 바람끼가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챙겨줘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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