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영화를 좋아하고 비행기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형사의 아이'는

1990년과 1994년 이미 출간되었던 소설이란다. 보통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출간되는 경우는

그만큼 작품이 탄탄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20여년이 지나 재출간되었음에도 전혀 고루한 느낌이 없는 최신작같은 작품이었다.

도쿄 공립중학교 1학년인 야기사와 준은 부모의 이혼으로 경치성 수사 1과 형사인 아버지 미치오와  단둘이 살고 있다. 고토 구로 새로 이사를 온 두 부자는 마음 좋은 베테랑 가정부 가정부 하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이미 예순이 훨씬 넘은 하나 할머니는 오랫동안 가정부생활을 하면서 익힌 말투로 준을 '도련님'으로 '미치오'를 주인어른으로 부르며 헌신적으로 준을 돌보지만 아주 영특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뒤에 밝혀진다.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인 준의 집이 있는 동네는 이웃에 대해 아직 관심이 많은 곳인지 얼마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게 돌고 있었다. 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신고와 이웃해 살고 있는 괴팍한 노인네의 집에 여자가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죽여서 마당에 파묻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조사하기 시작한 신고와 준은 그 집 주인이 유명한 화가 시노다 도고로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임임을 알게된다. 바로 그 무렵 동네하천에서는 토막난 여자의 사체일부가 발견되고 준의 집에는 시노다 도고가 범인이라는 쪽지가 배달된다.

하지만 연이어 다른 사체가 있다는 편지가 배달되어오고 다른 사체일부가 또 발견된다.

연쇄토막살인사건! 검시결과 둘 다 20대초반의 여성으로 성폭행을 당한후 살해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건을 맡은 미치오와 호기심강한 형사의 아들 준은 각각 이 사건을 향해 나름의 수사를 시작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소설로서의 기법뿐아니라 사회의 그릇된 병리에 대해 고발하는 점이다.

일본은 유독 소년 살인사건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어린 아이를 살해하고 교문에 머리를 매달아 사회를 경악시켰던 범인이 중학교 소년임이 밝혀졌고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적은 형만을 받고 풀려났다고 한다.

그 소년이 자라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기에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소설에서도 바로 이런 점이 포인트가 된다. 단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극형을 모면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미치오의 입을 통해 작가는 상상력이 없는 인간이 늘고 있음을 한탄한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사실은 사랑스러운 인간이었다는 것과 죽임이 없었더라면 얼마든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수도 있는 인간이었음을 상상해내지 못하고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현대의 비극을 고발하고 있다.



차라리 연예인흉내를 내거나 오빠부대같이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더 낫다고까지 말한다. 소년범들의 특징은 응어리를 안고 사는 아이들...보통의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자기주장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1935년 도쿄 대공습에서 겨우 살아난 남자는 끔찍한 그 기억을 그림으로 승화시켰고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평생 속죄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 과거의 비극은 현재에 이어져 이 살인사건과도 연결이 된다.

연쇄 토막 살인사건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자신을 던지는 무분별한 요즘의 부모의 모습, 죄책감없이 상상력의 빈곤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과거와 현재를 잘 아우리면서 지금 이시대의 문제점까지 작 녹여놓은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역시 발랄한 그녀다운 작품이다. 준과 신고의 다음 활약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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