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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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의 뜻을 해석하면 '방'은 테두리, 경계선, 고정관념같은 닫힌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외지사'는 '방'을 벗어난 열린공간 혹은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같다.

안락하고-물론 이 개념은 도시의 문명이 주는 혜택을 말한다-, 보장된 생활을 마다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놓은 열전이라 하겠다.

 

 

하긴 자신마저도 '방'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 '방외지사'이다 보니 유유상종이라 유독 그런 사람들과의 친분이 남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방방곡곡 숨어있는 지사들을 이렇게도 잘 찾아다녔는지 그의 역마살이 대단하다.

'한 세상 먹고 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타이틀을 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사는 인생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먹고 살려니..할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서 살아가야 하고 결국 굳어져 원하는 삶과는 영판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자가 만난 '방외지사'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집안도 좋고 대학물까지 먹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시골의 고택으로 찾아들어가 칩거를 하고 잘 나가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고를 가진 사람임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의 여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까지도 '최고의 교육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일갈하는 배짱은 우리같은 범인들은 감히 흉내내기도 힘든 결정이 아니겠는가.

 

 

유독 인간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저자라 그런지 그가 만난 '방외지사'중에는 사주를 풀이하고 운명을 예견하는 명리학의 대가들이 많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왜 없을까. 그러다보면 늘 궁금한 것이 과연 사람은 타고난 사주팔자대로 살게 되어있는가 하는 운명론에 부딪히게 된다. 대가들은 하나같이 100%는 아닐지언정 90%이상은 사주대로 살아간다고 답한다.

흔히 사주는 통계라고 해서 어디나 비슷한 해답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나는 풀이법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그들이 그런 해답을 들고 나오기까지는 엄청난 공부와 노력이 뒤따랐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고위 공무원의 길을 걷다가 명리학자가 된 김영철씨는 제2의 인생을 아주 감사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조금이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그의 삶이 참으로 부럽다. 글쎄 그 길 조차도 그가 선택한 것일까? 선택을 당한 것일까?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눈다는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분류가 아닐 수 없다. 학습기와 가주기를 지나 이제 임서기에 들어선 나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아 마지막 유랑기를 대비하여야 한다.

과연 깨달음을 얻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그리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소개된 많은 '방외지사'중 유일하게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 분은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으로 등극한 곽종인씨이고 한 분은 제주도의 여산신인 대각심이다. 백 살을 바라보는 연세임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사람의 인생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매서운 분이란다. 혹시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 저자에게 자신은 1000명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고 태어났으니 아직 구해야 할 사명이 남아있다고 답한다. 더 늦기전에 제주 한라산 절물자연휴양림안에 있다는 여산신에게 가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던지는 일갈중에 남은 생의 답을 얻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로.

 

 

유독 뒤숭숭한 사건들이 많았던 한 해를 지나고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화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 강박증같은 병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병들의 근원에는 심장이 있다고 하니 심장의 화를 다스릴 자연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방외지사'역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책을 많이 읽어야하며 자유로운 사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글쎄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천하를 주유하는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사는 그런 삶에 행복할 수 있는 영혼이어야 하는데 나는 영 자신이 없다.

이미 이런 '방외지사'들을 만나 한 수 얻어보겠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살아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음과 양의 이치로 돌아가듯이 우리들도 모두 '방외지사'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와 같이 '방내지사'가 있다면 저들처럼 '방외지사'가 있어 서로 맞물려 살아가는 것이 또한 세상사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어수선한 속세를 떠나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을 일구어내는 것이 못내 부럽지만 뱁새인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척하면 압니다'할 것같은 저자가 만난 기인들을 보니 세상 참 맑은 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어리석고 탐욕 가득한 세상에 그들이 등불처럼 세상을 밝혀주기를 바랄 뿐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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