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사형집행인의 딸 3권 거지왕에 이르러 야콥 퀴슬과 그의 아내 안나 마리아의 비밀이 밝혀졌다.

대대로 사형집행인 집안인 퀴슬가의 내력은 대략 전해져왔지만 아내인 안나 마리아의 집안에 대해서는

거의 전해지는 것이 없었다. 앞선 1, 2편에서는 말괄량이 딸 막달레나의 비중과 활약이 크다보니안나 마리아의

역할이 크지 않은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숀가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레겐스부르크에 살고 있던 퀴슬의 여동생 리즈베트가 중병에 걸렸다는 편지를 받은 퀴슬은

집의 약장을 탈탈 털어서 곧바로 강 하류로 향하는 뗏목에 몸을 싣는다.

오래전 사형집행인의 딸이라는 족쇄가 싫어 도망친 리즈베트는 레겐스부르크에서 목욕탕 주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 뗏목이 부서질 위험을 물리치고 겨우 한숨을 돌린 퀴슬은 묘하게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시선을 느낀다.

오래전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했던 퀴슬은 천성적으로 예민한 촉수를 가진 인물이라 레겐스부르크에 닿기 직전 묘한 시선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2등 조타수의 사내를 피해 뗏목에서 미리 내리고 만다.

하지만 어렵게 도착한 여동생의 목욕탕에서는 누이와 매제가 피를 엄청나게 흘린 채 죽어있었다.

바로 그 순간 성의 경비병들이 들이닥쳐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이 사형수가 될 위협에 빠진 것이다.

 

한편 숀가우에서 부재중인 아버지를 대신하여 쓰레기를 수거하고 산파의 일을 돕던 막달레나 역시 위험에 빠지고 만다.

제빵업자의 하녀가 출산 중 사망하고 말았는데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한 하녀는 낙태를 하기위해 독약인 맥각을 너무 많이

복용하는 바람에 죽어버린 것이다. 하녀는 늙은 주인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그 사실을 안 막달레나의 독설에 그녀를 괴롭히게

되고 결국 막달레나는 사랑하는 의사 지몬과 함께 고모가 살고 있는 레겐스부르크에서 신분을 숨긴채 새가정을 꾸미기 위해

도피를 하게 된다.

 

감옥에 갇힌 퀴슬은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인 토이버의 고문으로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된다.

토이버는 오랜 경험으로 퀴슬이 무죄임을 확신하지만 심판관들인 시의원들은 퀴슬을 범인으로 몰아 사형시켜 뒤숭숭한

민심을 수습하려한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퀴슬을 지켜보단 토이버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험으로 빠뜨릴지도 모를 결심을

하고 퀴슬을 탈출시킨다.

 

지몬과 함께 레겐스부르크에 도착한 막달레나는 저렴한 고래여관에 묵기로 하고 그 여인숙에서 베네치아 대사인 실비오를

만나게 된다. 부티가 흐르는 실비아는 한 눈에 막달레나에게 반하게 되고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지몬은 실비오와 막달레나의 만남에 심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지몬과 막달레나역시 누군가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눈을 고쳐준 거지의 도움으로 거지왕 나탄의 소굴로 가게된다.

어둠속에서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거지이지만 그들의 세상은 은밀함속에 거대한 조직이 숨겨져 있었다.

도시의 거대한 권력가들에게 청탁을 받아 은밀한 일들을 해주기도 하고 직접 해결사로 나서기도 하는 거지왕들의 활약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독일은 수많은 전쟁으로 피폐해 있었고 새로운 세력들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기존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재편하려고 하는 인물들은 도시 하나를 없앨만큼 거대한 사건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 와중에 퀴슬은 오래전 용병생활을 할 당시에 얽힌 인물의 복수극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감옥에 갇힌 퀴슬을 구하기 위한 지몬과 막달레나의 활약과 그들을 돕는 거지집단의 활약과 서서히 밝혀지는 퀴슬의

과거사가 버무려져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특히 퀴슬의 과거의 인연이면서 퀴슬에게 복수하기 위해 압박해오는 인물이 과연 누구일지가 궁금해지면서 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막달레나의 어머니인 안나 마리아의 비밀스런 과거도 밝혀지게 된다.

 

전편에 이어 지몬과 막달레나의 좌충우돌 활약기는 경쟁자인 실비오가 등장하면서 더욱 재미를 더하게 된다.

역시 삼각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미로운 주제이다 보니 사건을 쫓으면서도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려는 두 남녀의

싸움이 볼 만하다. 당사자들은 괴롭겠지만.

 

역시 해피앤딩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 '거지왕'은 당시 독일의 피폐한 사회와 권력의 구조까지 돌아볼 수 있어 기대했던대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쓰레기 더미와 어둠, 퀴퀴한 냄새들이 읽는 동안 내 곁에 맴도는 것 같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와 벼룩이 득실거리고 전쟁과 질병에 시달리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아마 다음 작품에는 지몬과 막달레나의 결혼생활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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