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웹툰(만화)를 보면 나는 가슴이 설레인다. 어려서 엄마 몰래 만화방에 드나들면서 들쳐보던 만화의
그 짜릿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서야 나를 홀렸던 만화 대부분이 일본만화의 복제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1권, 2권 이어지는
만화를 보기위해 만화방 문을 열고 "다음편 나왔어요?"을 외치던 꼬마는 이제 흰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되어도 만화가 반갑기만 하다.
돌이켜보니 나를 책의 황홀하고 거대한 세상으로 이끈것도 역시 만화와의 만남이 시작이 되었던 것같다.
작년부터인가 서점가를 휩쓸었던 웹툰에 이어 지금 드라마로까지 인기몰이중인 미생을 보면 만화시장의 가능성이 느껴진다.
'미생'이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쓸개'라는 제목을 단 이 만화도 아주 흥미롭고 리얼한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단어중에 '금'만큼 선명한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의 역사를 보면 '금'(골드)를 찾아 탐험을 하고 전쟁을 한 기록은 수없이 많다. 영화의 소재에서도 금을 쫓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작품이 수없이 많다.
한 마디로 금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존재이고 세계적으로도 금값이 경제적인 척도가 되는 현실이다.
'쓸개'는 국적도, 학적도 가지지지 않는 한마디로 존재조차가 없는 남자 '쓸개'가 인간의 욕망을 향해 펀치를 날리는 스토리이다.
조선족 엄마와 의문의 한국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쓸개는 조선족의 미신에 따라 '쓸개'라는 이름을 얻는다.
하지만 무슨이유에서인지 '쓸개'는 어디에도 태어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쓸쓸한 식당의 지하에서 성장한다.
왜 '쓸개'가 무국적자가 되었는지는 양아버지의 죽음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간다.
친구도 엄마도 형제도 없이 양아버지의 무심함속에 외롭게 성장한 쓸개는 양아버지의 임종직전 태생의 비밀과 엄마가 숨겼다는 400kg의 금의
존재를 알게된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양아버지의 친딸 희재와 더불어 '쓸개'는 금과 엄마의 흔적을 찾아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다.
대한민국 어디엔가는 조선족들이 살아가는 공간들이 있었고 그곳을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어두운 인생들의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쓸개'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인지를 알게된다.
애초에 엄마가 지니고 왔던 금은 죽음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하고 금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여지없이 죽음을 안기는 금!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의 존재는 악마와 다름이 없었다.
핏줄마저 부정한 채 금(욕망)만을 쫒는 악의 축! 그것이 쓸개를 세상에 나오게 해준 유전학상의 아비였다니..'쓸개'는 이제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정의의 칼을 휘두르기로 한다.
그래도 마지막 자신을 부정하는 아비를 향해 '쓸개'는 묻는다.
'이미 돈은 넘칠만큼 많지 않나요? 금을 끝까지 쫗으신 이유가 뭡니까?"
이솝우화였던가 자신이 움켜진 먹이만 놓으면 살수 있었음에도 결코 놓치 않고 결국은 잡아먹힌 이야기처럼 그는 더러운 욕망에
스스로를 침몰시킨다.
'영화화 확정!'이라는 표지띠 때문이었을까.
읽으면서 내내 작중 인물들을 캐스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쓸개'역에는 송재림? 혹은 김영광이 어떨지.
아버지 길학수는 '정보석'이 딱인데..
조선족을 사고 팔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비열한 장차식역에는 조재윤이 딱이고...이렇게 말이다.
중국을 오가며 펼치는 범죄와 기생하는 인간들의 모습들은 현실 그 자체이다. 그저 웹툰이라고만 하기에는 이야기가
리얼하다. 물론 이런 더러운 범죄인들과 정치인들의 커넥션도 현실아닌가.
쓸쓸하지만 정의로운 '쓸개'가 펼치는 청소작업은 속시원하다. 어둔 지하에서 책을 많이 읽었다더니 그의 작전은 치밀하고
틈이 없다. 아마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무척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원작의 이미지를 어떻게 살려낼지 벌써부터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끝끝내 엄마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쓸개'가 금덩이들 사이에 숨겨놓은 쪽지처럼 누군가 엄마의 생사를 알려주면 좋겠다.
'쓸개'가 더 이상 외롭게 살지 않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쓸개와 엄마가 만나는 장면이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