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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ㅣ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평점 :
외로운 섬이었다가 이제는 다리로 육지와 이어진 삼보섬. 세 가지 보물이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이 섬에 여성 3명의 연쇄실종사건이
일어난다. 32세의 무녀 고희정과 25세의 운림산방 계약직 직원인 박민숙, 그리고 40세의 펜션 여주인 김희진.
살인사건같은 큰 사건이라고는 일어난 적 없는 조용한 섬이 발칵 뒤집힌다. 더구나 사건 4개월이 넘도록 범인은 물론 시신마저 발견되지
않는 난감한 사건이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 프로파일러인 성호는 인터넷 커뮤니티 '주간파'의 공격대상이었던 성형괴물 하나리가 칼로 난자당한채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게 되고 주간파사이트에서 맨처름 하나리를 공격했던 열 여섯의 이준희를 취조하게 된다.
친구도 없고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했던 이준희는 컴퓨터에 몰입하는 은둔형소년이었고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 여자를 도마위에 올려둔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이준희를 수사하면서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된다. 하지만 이준희는 스트레스에 못이겨 자실을 시도하고
억압수사를 벌인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성호는 팀장에 의해 삼보섬 실종사건에 투입된다.
범인이라고 짐작되는 인물이 보낸 편지의 필적을 감정하기 위해 여도윤학예사와 함께 동행하게 되고 성수기가 지난 쓸쓸한
섬에서 사건의 흔적들을 쫓게 된다.
한편 이준희자살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되고 억압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성호는 큰 곤경에 처하게 되고 사이버수사대의 이주영은
이준희사건이 시발점이 된 '주간파'사이트의 운영자를 만나 용의자를 탐색하지만 쉽게 정보를 얻어낼 방법이 없다.
이주영은 이준희사건외에도 김성호를 위기로 몰고있는 네티즌들을 찾아내는 수사를 병행한다.
성호는 뛰어난 추리와 과학적 사고로 점차 범인의 윤곽을 잡아나가고 결국 범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범인은 놀랍게도 오래전 자신의 기억속에 있던 인물이었다.
작가는 경찰청 소속의 프로파일러의 강의를 들으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소설을 쓰면서 범죄자는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는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많은 경제학자나 의사, 성공한 사업가중에 소시어패스나 사이코패스자가 많다고 한다.
집중력이 강하고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성격을 소유한 이들이 의외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타고날 때부터 범죄유전자가 각인된 것일까?
이제는 성공한 경찰청 프로파일러가 된 성호의 기억에서 그 해답을 조금쯤 찾을 수 있다.
가학적 성격이었던 그가 어떤 과정으로 변신하게 되었는지 단지 기억의 조정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가학적 성격의 인간이 저지른 어린 시절의 일들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단순한 미스터리물이나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에게 많은 숙제를 안기는 작품이다.
인간은 한 단면만 지닌 인격체가 아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때로는 자신을 숨긴채 선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이 더 많다고 본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위선자의 탈을 인간들이 누리고 있을 부와 명예 그리고 명성이 끔찍스럽다.
섬에서 살고 있는 나 역시 섬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서 흘깃 이웃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과연 누가 악인이고 선인인 것인가. 내 속에는 과연 선한 의도만 존재하는가...이런 의미를 생각케 해준 괜찮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