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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찾아 오는 사람이 없는 텅빈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 고독했다.
친부모라고 생각했던 고모와 고모부가 세상을 떠나고 유지는 작은고모라고 생각했던 친엄마 손이린의 집으로 들어간다.
해변빌라에서 마치 크레바스를 건너듯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사실이 못견디게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유지가 생물교사인 이사경의 앞에서 옷을 벗은 것은.
파격적인 사건에 모두가 경악하고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이사경의 부인에게 해명하기 위해 바닷가 이사경의 집을 찾은
유지는 오히려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두번씩 집으로 와서 이사경의 아들인 연조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렇게 이상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애초에 유지에게 속한 사람들은 모두 조금 이상했다.
친엄마를 두고 고모를 엄마를 알게 했던 사람들도 묘한 기운을 가진 이사경의 가족들도 그리고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녀를
떠난 오휘도. 왜 유지는 오휘의 청혼을 거절했을까.
오휘의 엄가가 자신을 찾아와 관계를 끝내달라고 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휘를 절절하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엄마인 손이린과 유지는 이런 차가움이 닮았다.

어느 순간부터 유지는 이사경이 자신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갖는다.
왜 이사경이 살고 있는 바닷가를 찾아와 닻을 내린 것일까. 손이린은. 그런 손이린과 이사경의 묘한 기운은 유지의 의심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두 사람에게 흐르는 친밀한 기운들. 하지만 결코 뜨겁지 않아 마음은 데이지 않는 그런 차가운 열정같은 것들.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
이사경은 혹시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믿는 유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사경이 정말 사랑했던 여자는 누구였을까.

해변의 가능성이란 카페를 오고 갔던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사랑을, 인생을 앓는 사람들 같다.
갓 내린 커피의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흐르던 클래식의 선율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어느 바닷가 카페에서 유지와 새로운 연인이 마주앉아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고 있을 모습이 연상된다.
적어도 자신의 어머니 손이린과는 다른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스럽다.
텅빈 폐해수욕장 근처 해변빌라에 사는 남녀가 다정하게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책을 덮는다.
계절탓일까. 많이 쓸쓸했고 가슴이 시렸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