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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 이지북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디스커버리방송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직접 보여주는 남자였는데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방송이어서 도대체 저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림 한가운데 그를 떨어뜨려 놓고 지도도 없이 안전한 곳으로 헤쳐나오게 하는 장면이라든지
사막, 극지방등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살아가기 힘든 곳에서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남자!
그가 바로 베어 그릴스였다. 본명인 에드워드보다는 베어, 또는 몽키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는 이 남자는 도대체
왜 이런 방송을 하게 된 것일까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한계를 넘은 베어 그릴스,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세상에 나온 이 책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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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계급에 대한 선망이 남아있는 영국에서도 제법 선택받은 집안의 아들인 베어는 증조부인 윌터와 윌터의 딸이자 할머니인 펫시는
귀족이나 상류사회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재능과 품격, 봉사로서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할머니 펫시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이혼으로 어머니 샐리는 상처를 받았지만 베어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그릴스를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하원의원인 아버지와 워킹맘이었던 엄마의 부재로 베어는 여덟살 위의 누나인 라라의 보살핌을 받고 성장한다.
늦둥이 베어는 자칫 귀공자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호기심많고 도전적이며 당돌한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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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늘 그리워하는 북아일랜드의 와이트섬 바닷가 마을에서 자연을 사랑하며 짖궂은 탐험정신을 발휘하던 베어는 유명한 이튼스쿨에
입학하게 된다. 고루할 것만 같은 이튼에서의 기숙사생활은 공부보다는 모험을 즐기는 시간들이었다.
학생들에게 억압보다는 자유와 도전이라는 선물을 주었던 이튼에서 그는 자신이 모험가 기질이 있음을 알게된다.
영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SAS는 세계에서 가장 잘 훈련된 전문화부대로 부대의 선발과정은 그야말로 지옥의 행군이라고 한다.
그가 이 악랄한 부대에 지원한데에는 삶에 뭔가 특별하고 오래 남을 만한 것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소망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시험이었다.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런 부대에 선발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원시부터 내려온 도전적 유전자 때문인지 아무튼 베어스는 지독한 첫번째 선발시험에서 낙오되고 만다.
결국 두번째 도전에서 그가 소망대로 통과되긴 했지만 그 훈련과정을 보면 읽는 내가 등에서 땀이 솟아나는 것같이 숨이 차오른다.
겨우 5kg도 안되는 배낭을 메고 집 언덕을 오르는데에도 헉헉거리는 내가 20~30kg의 군장을 메고 깊은 산과 늪을 빠져나오는
지옥훈련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이런 경험이 결국 후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서바이벌의 주인공이 되는 초석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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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도전했던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가에 이름을 올려놓는가 하면 낙하산 훈련도중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등 단지 그의 능력으로만 이루어냈다고 생각하기 힘든 여정들이었다.
특히 거의 죽을뻔했던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오는 경험들을 보면 신은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베어 역시 자신의 삶에서 신앙은 늘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교회가 아닌 신앙 그 자체!
'나에게 있어서 기독교적 신앙심이란 붙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용서해주고, 강하게 만들어주고, 사랑받고 있음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라는 그의 말에 존경심을 갖게 된다. 종교에 미친 괴짜들의 광신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동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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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가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어떤 곤경에도 동요하지 않고 재빠르게 반응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힘에 있는 것같다.
이제는 전세계를 누비며 강연도 하고 봉사도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그의 본질은 늘 평범하기를 바라고 가족들과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나는 TV화면에서 눈을 반짝이며 살아남기를 보여주는 근육질의 남자 베어가 아닌
따뜻한 인간 베어를 보게 된다. 인도의 캘커타에서 테레사수녀를 만나 자신이 가졌던 돈 전부를 털어주었던 순수한 청년 베어는 본질을
잃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의 반쯤 휜듯한 코와 빛나는 눈에서 그의 의지와 선함과 사랑을 읽는다.
단지 탐험가로만 기억되었던 그의 깊은 진면목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분명 그는 신에게 선택받은 몇 안되는 인간이지만 신의 선택을 받을만큼 그는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었음이 부럽다.
그의 이런 도전과 모험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고 믿으면서 그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