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1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프레임'은 '틀'이라는 뜻으로 여러의미가 있으나 언론보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한다.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인 토드 기틀린은 프레임 개념을 원용하여 매스미디어의 보도가 '프레임'에 갇혀있으며 바로 이러한

'프레임'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는 책의 모두에서 소설은 소설로서만 읽어줄 것을 당부했지만 몇 년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과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님이 지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후 호화병실에서 생활한다는 보도가 이

책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여진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판사 김민기의 장모 윤영자는 그의 이종사촌 동생인 명문대 여대생 오미해와의 사이를 의심하여 조카인

윤기덕을 시켜 불륜의 현장을 잡기 위한 미행을 사주한다.

마침 생활이 곤궁했던 윤기덕은 고모인 윤영자에게 거액의 돈을 받을 목적으로 이를 수락하고 친구인 김용득과 모의하여 오미해의

뒤를 미행하던 중 오미해를 살해하고 만다.

심한 정신적망상증으로 보일만큼 사위의 불륜을 확신했던 윤영자는 불륜의 증거가 나오지 않자 조카인 윤기덕에게 돈을 되돌려

달라며 닥달했고 이미 써버린 돈을 되돌려 줄 가망이 없었던 윤기덕과 김용득은 쫓기는 심정이 되어 오미해를 납치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실제로 이종남매인 김민기와 오미해는 불륜의 사실이 없었으므로 증거를 잡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받아 써버린 범인들은 오미해를 납치하여 자백을 받아낼 목적으로 납치를 했으나 오미해의 심한 반항에 몸싸움을

벌이던 중 공기총의 오발로 인해 오미해가 사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범인들은 야산에 시신을 묻은 후 해외로 도피하기에 이르렀고

얼마 후 발견된 시신을 두고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윤영자가 배후에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중국과 베트남을 전전했던 범인들은 결국 잡혀 국내로 압송되고 수사를 받게 된다. 윤영자는 이미 검거되었고 과연 이 살인이 우발적인

것인지와 윤영자가 미행은 지시했지만 살인까지 교사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윤기덕과 김용득은 혹시라도 종범이되면 감형이 될까 싶어 윤영자가 살해를 지시했다고 자백하지만 오히려 죄질이 더 나쁘다는 이유로

윤영자와 더불어 무기징역형을 언도받는다.

자식을 잃은 오미해의 아버지 오달수는 사형을 기대했지만 무기형을 받자 실망하고 아내는 손목을 그어 자실을 시도하는등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범인들이 같은 세상에서 버젓이 살아가는 것이 억울하지만 감형을 목적으로 위증을 한

범인들로 하여 천하의 몹쓸 여인이 되어버린 윤영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이 독자에게 던지는 문제이다.

미행은 지시했지만 살인은 지시한 적이 없다...하지만 이미 언론과 대중에게 죽일년이 되어버린 윤영자의 외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장모의 편집증으로 동생을 잃은 김민기판사역시 언론과 대중에게 몰매를 맞게 된다. 왜 수수방관만 했냐는 지탄과 함께.

하지만 이미 정해진 틀에 갇힌 자신이 외침이 들리기나 했을거냐는 그의 자조적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저 역시 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청부 살해한 윤영자의 사위로만 인지될 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위가 대응한들, 외쳐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어떤 프레임이 옳거나 어떤 프레임이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서로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어느 누구도 프레임의 근본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역시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김민기의 어정쩡한 태도에 분노했었고 미친 할망구의 편집증이 부른 살인에 격분했었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은 모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윤영자가 살인까지는 지시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져야한다.

우리는 쉽게 분노하고 쉽게 몰매를 때리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사건에서 보듯, 세상 사람들은 장모님이 오미해양을 공기총으로 청부 살해했다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프레임을 굳어지게 하는데, 프레임은 매우 효과적으로 인식하는 도구임과 동시에 왜곡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김민기판사의 이 말은 대중이 갖는 프레임이 얼마나 큰 왜곡을 불러올 수 있는지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했던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이 언론과 대중들의 무책임한 프레임때문에 진실이 왜곡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갇힌 '프레임'이 언제든지 진실을 가릴 수 있으며 부화뇌동식의 몰아가기가 엄청난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꼬집는

점에서 대중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날카롭다는데 있다.

소설속에서 이 사건을 지켜보고 비밀파일을 남기는 기자 정팀장이 바로 작가 자신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의 파일이 소설이 아닌 보도로 세상에 나올지를 기대해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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