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살다가 가끔 마음이 메마른 것 같이 버석거리는 날들이 느껴진다면 진한 사랑이야기 한 편쯤 읽어보고 싶어진다.

실제 내게는 다가오지 않을 사랑을 꿈꾸며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열렬한 사랑에 빠져보고 싶은 것이다.

조금은 유치한 주제일지도 모를 '신데렐라 러브스토리'라면 더욱 좋다. 바로 이 '눈꽃'이란 작품이 메마른 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읽는내내 재벌 3세의 연인이 된 서영이가 되어 행복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장애물 없는 탄탄대로는 심심하기만 할 터, 역시 아름다운 사랑에는 복병이 있어야 더 감질나게 마련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를 따라 뉴욕에 정착한 민영과 서영은 자매지간이지만 너무도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누가봐도 혹할만한 미모에 활발한 성격을 지닌 민영은 주변 남자들에게 추앙받는 여신이었고 결국 그에 어울리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그에 비해 성실하고 차분한 동생 서영은 공부에만 몰두하는 범생이로 화려한 언니에게 눌려 다소 소심한 성격이다.

우연히 스키장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던 민영은 그가 대기업인 에이드리언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제이어드 에이드리언은 진심으로 민영을 받아주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다가가도 내치지만 않을 뿐이다.

 

오래전 민영은 가족들에게 제이어드를 소개했었고 엄마의 등뒤에 숨어 제이어드를 바라보았던 서영은 제이어드에게 막연한 그리움같은

이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언니의 남자! 

사실 더 오래전 제이어드는 어린 소녀를 만났었고 이상한 이끌림에 그 소녀를 지켜봐왔었다.

그 소녀가 서영이었고 사실 민영과의 만남도 서영이를 만나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계 여인과의 사랑을 비극적으로 끝낸 과거때문에 한국계 여자인 서영을 멀리서만 지켜본 채 다가서지 못한다.

자신의 선택이 서영의 불행으로 끝나게 될까봐. 

 

 

 

'그 뒤로 뒤척이며 잠들지 않았던 밤은 단 하루도 없었다....단 20분을 보겠다고 20시간을 비행을 참아가며 미친놈처럼 출장지에서

뉴욕에 왔다가 다시 출장지로 돌아가기도 했다.'-본문중에서-

 

이렇듯 멀리서만 서영을 지켜보던 제이어드는 서영이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고 그녀의 오랜 친구인 데이빗과 결혼하려 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차갑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제이어드 였지만 뜨겁고 거칠게 그녀를 갖게 된다.

서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남자를 인식했었고 언젠가 그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니인 민영의 남자만 아니었다면...하지만 결국 운명은 데이빗과의 결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제이어드와 서영을 묶어버리고 만다.

 

금융재벌의 길을 열었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행장이 될 제이어드에게는 넘어야 산들이 너무 많다.

정략적인 결혼을 시키려는 엄마인 사라와 평범한 여자와의 결혼이 에이드리언가문에 미칠 엄청난 충격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사랑이 비극적인 사고로 막을 내린 아버지의 사랑을 쫓게 될까봐.

서영을 놓치고 싶지 않으면서도 100% 다가오지도 못하는 그런 어정쩡한 나날들.

언젠가 그가 원하면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까지 그를 기다리는 서영.

 

어쩔 수없이 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한다.

글쎄 제이어드는 누가 어울릴까. 서영은?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부딪히며 서로의 감정을 숨긴 채 마주치는 시간들의 그 짜릿함까지.

다 가졌지만 단 한가지 서영만을 갖지 못한 제이어드의 안타까운 사랑과 동양의 여인처럼 순종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여인 서영의

사랑은 결국 이별을 맞는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죽음조차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운명처럼 다시 재회를 하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에 입이 타들어갈 것 같은 갈증이 느껴졌다.

사랑하면 뭐가 문제야?..좀 더 용감해지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 만큼 왕자와 거지공주의 사랑이야기에 몰입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푸르던 나무는 서서히 메말라가고 을씨년스런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다.

딱 이런 계절에 어울릴 그런 달콤쌈싸름한 연애이야기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 아주 괜찮다.

열 몇 살적에 읽었던 연애소설만큼 가슴이 설렜으니까. 꽃피는 봄에 살짝 흩날리는 눈꽃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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