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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 소사이어티 - 82명의 살인 사건 전문가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프랑스의 전설적인 인물 '비독'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어린시절부터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을 들락거렸다는 비독이
후에 프랑스 경시청을 만들고 탐정이 되는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었다니...하긴 '비독'이란 이름은 처음 들었을지
몰라도 그를 모델로 한 여러편의 탐정소설을 접하긴 했다. 프랑수아 비독은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나
그를 쫓는 형사 자베르의 모델이기도 했고 아르세르 루팽역시 그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범죄학을 연구하는 학과도 많이 생겼고 실제로 범죄자의 심리를 읽는 프로파일러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CSI'와 같은 미드에서도 섬세한 범죄인과 이들을 쫓는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이런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오랫동안 수사의 최전방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모여 '비독 소사이어티'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 비독 소사이어티는 비독이 82세까지 살았던 점을 기념해 추천으로 영입한 전 세계 최고 범죄 수사 전문가
8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82명 외에도 100여명의 준회원이 있다니 가히 전세계 최고의 범죄 수사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처음 이 단체를 만든 전직 FBI 수사관 윌리엄 플라이셔는 순찰 경찰부터 시작해 경찰 요직을 두루 거친 정의감과 친화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리고 세계 5대 프로파일러중 하나로 셜록 홈즈와 싱크로율 90%라는 명성을 지닌 리처드 윌터-평생 독신을 고집하고
심한 골초에다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림 솜씨와 신비한 영적 관점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얼굴을
그리고 조각으로 복원시키는 범죄 예술가 프랭크 밴더-섹스 중독자라고 부를 만큼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도 유명하다.
이 세 명의 천재가 만나 창설한 비독 소사이어티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해결하거나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유가족,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경찰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비독 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은 책에서 내가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쉽게 프랭크는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의 아내와 세 자식 그리고 친어머니를 극악무도하게 살해하고 18여 년간을 도망 다닌 존 리스트 사건아니 마피아가 고용한
전문 킬러 포르하우어 같은 사건을 보면 섬세하고 조금은 괴팍한 리처드의 프로파일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오랜 세월에 흐른 후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를 유추하여 범인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프랭크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어떤 도시에서 어떤 직업으로 살아가는지 심지어 어떤 차를 몰고 다니는지를 추정해내는 리처드의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 책이 우리가 즐겨 읽는 스릴러물이나 미스터리물과 다른 것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책에서 존재하는 악인들보다 더 악랄한 범죄인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이름 없는 소년'이라고 명명된 한 소년의 시체에 얽힌 40년이 넘는 수사관들의 애정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숲 속 상자속에 버려진 그 소년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 사실 그리 주목될 사건이 아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소년을 위해 새로운 묘지를 꾸며주고 기념일마다 꽃을 놓아주던 열혈 형사들의 끈질긴 애정은 결국 여성 사이코패스의
아동성애 범죄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물론 너무 오랜 세월에 지나 이미 범죄자는 유유히 자신의 삶을 평탄하게 끝낸 후였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처럼 점점 대담해지고 지능적인 범죄자를 찾아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기있는 TV 범죄 스릴러물 덕에 수사관이 되거나 프로파일러가 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비독 소사이어티의 선배들은 말한다.
"젊은이, 자네의 그 열의는 이해하지만 자네는 너무 정상적으로 보여....(중략) 결혼 생활과 결국은 물론 자네의 영혼까지
망가뜨릴 일에 헌신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군. 이 일은 오직 강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리처드 윌터와 프랭크의 삶을 보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평신 독신으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개성발랄하게 살아온 리처드와 수 많은 여성으로부터 위안을 얻은 프랭크의 삶은
결코 평범해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오로지 신만이 아는 범인을 찾아내려면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http://www.vidocq.org에 들어가면 히스토리와 사건접수에 관한 안내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물론 비독 소사이어티에 사건을 의뢰하려면 사건 발생 최소 2년 이상이 되어야한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미해결 사건이 좀 많은가.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는 공소시효가 있어 안타깝게 사라진 사건이 많다.
우리도 이 비독 소사이어티에 사건을 의뢰할 순 없을까.
멋진 전문가들이 더 오래 우리 곁에 남아서 억울한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