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예로부터 10월은 상달이라 하여 한 해의 가장 큰 달로 여겼다고 한다. 하늘이나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시기도 10월일만큼

계절중에서는 가장 풍요로운 달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샘터 10월호에는 '온누리달'이라는 제복이 붙여있다.

마치 보름달이 둥실 떠오른듯한 풍요가 느껴지는 그런 가을이 다가왔다.

 

 

 

태풍이 물러간 돌담 사이로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고 들판마다 이제 추수를 기다리는 곡식들이 그득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인 '나희덕의 산책'란에 실린 사진 한 점이 마음을 붙든다.

시인의 말대로 폭우와 태풍이 유난했던 여름을 견디고 오롯이 접시위에 올라앉은 결실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렇듯 자연은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제 할일들을 해내는데 우리네들은 과연 이 가을 무엇을 거두어 들일 것인가. 

마음의 창고를 채워둘 열매하나 거두지 못한 시간들이 문득 부끄럽기만 하다.

 

 

 

샘터를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발행인 김성구님의 칼럼은 늘 촌철살인의 지혜가 들어있어 반갑기만 한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거울을 보면 낯선 여자의 얼굴이 시큰둥하게 나를 바라보는 듯 하고 특히 사진속에 내 모습은 거의 외계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나만 그런 심란함을 느끼는 줄 알았더니 여기 동지가 있어 위로가 된다고 해야하나 술을 한잔 하자고 해야하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진을 절대 찍지 않는 것으로 내 늙음과 마주하지 않고 있다.

 

 

 

'행복일기'에는 나란히 장인과 엄마와 사는 두 분의 이야기가 실려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 문화는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당연한 듯 여기면서도 친정부모를 모시는 일은 왠지 눈치가 보이는 것 같다.

더구나 장모도 없는 장인을 모시고 사는 일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터. 

늙은 과부 엄마를 모시고 사는 솔찬히 나이 먹은 딸년의 이야기도 곰살맞다. 나를 낳아준 엄마와 사는 일도 시어머니 모시는 것

만큼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에..하면서도 나를 키워주고 내가 사랑하는 배우자를 키워준 부모를 모시는 일들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자식의 이기심이지 싶어 멀리 계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보낸다.

 

 

 

서울내기인 내가 늘 그리운 것은 사람냄새나는 장터이거나 옛모습을 간직한 성터같은 곳이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속에는 신촌을 가로지르는 열차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경의선이 폐선이 되고 그 자리에 올망졸망

컨테이너와 노점 천막이 들어서 '늘장'이 생겼다고한다.

땅 값이 천정부지인 서울에서 이만한 공간에 이런 장터를 마련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지역민들의 노고가 고맙기만 하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야하는 행정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런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은 도시민들의 바람이 아닐까.

빌딩 숲 사이로 오아시스 같은 이런 장터 하나쯤 있어야 찌든 삶에도 잠시의 갈피가 되어주지 않겠는가.

 

 

 

시골집을 닻을 내린 후 텃밭에 고추며 마늘을 심고 이웃과 나누는 법을 배우면서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알았다.

대단한 것들이 아니어도 그 마음은 저울에 달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샘터의 독자들은 이렇게 주고 받는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번에는 '미니 전기 오븐'이 나왔는데 사실 나도 한번 신청해볼까 싶을만큼 탐이 난다.

너무 큰 오븐은 부담이 되고 이렇게 아담한 사이즈라면 이것 저것 없는 솜씨라도 도전을 해보겠는데..싶어진다.

어느 분이 되었든 꼭 필요한 곳에 가서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좋겠다. 단...얼른 서둘러야 한다는 점.

 

이렇게 10월을 먼저 맞고 보니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자기 나이만큼 세월의 속도를 느낀다고 하니 나도 얼마 후면 경제속도를 넘어서는 시간을 맞을 것이다.

오늘 하루가 내 남은 삶의 가장 젊은 시간이니 아낌없이 누리고 나누고 후회없이 살 것이다.

10월 상 달! 하늘께 이렇게 잘 살고 있음을 감사하는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그런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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