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돼지가면 놀이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6
장은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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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마지막 늦더위를 이 책과 함께 했다. 공포문학을 가장 읽기 좋은 계절은 바로 여름이 아닐까 싶다.
오싹한 이야기들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더위를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전쟁당시 휴전선 가까운 펀치볼이란 지명을 가진 강원도 해안면에서 일어난 기괴한 이야기 '돼지가면 놀이'는 인간고기를
먹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휴전이 시작되고 제대증을 받아든 사내는 다니는 대학이 있는 서울로 향하다가 미군통신기지을 발견하고 배고픔이나 해결하려고
일용직을 하게 된다. 일을 마친 후, 그 곳에서 만난 이병연을 따라 그가 사는 마을로 들어서게 된 사내는 마을에서 일어난 기괴한
사건을 듣게 된다. 그 마을에 있는 주인을 알 수없는 별장으로 한 가족이 들어오게 된다. 경성에서 미술대학 교수였다는 남자와
스무 살 정도 되는 딸, 그리고 이제 막 열 살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 아들이었다.
혹시 품을 팔아 삯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별장을 찾았던 이병연이는 벌거벗은 딸을 그리고 있는 교수를 발견하게 된다.
교수의 딸은 비밀을 지켜달라며 쌀 반가마니를 이병연에게 내어준다. 졸지에 비밀을 갖게 된 이병연이는 안갯속에서 웬 돼지가
울고 있기에 쫓아갔더니 사람이더라는 소문과 조그만 꼬마가 돼지 가면을 쓰고 안갯속에서 꿀꿀 소리를 내더니 교수댁 딸이 홀연히
나타나 데려가더라는 말을 듣게 된다. 도대체 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배고픔에 지친 동네사람들은 먹을 것이 많다고 소문난 별장을 찾아가지만 실종되고 만다.
교수가 베푼 잔치에 초대된 마을사람들은 차려준 고기와 밥을 배불리 먹지만 모두 실종된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48세의 중소기업 과장인 강은 꿈을 잘 꾸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인물의 얼굴에
여섯 개의 숫자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 꿈을 꾸게 된다. 숫자 여섯 개가 나오는 꿈이라면 복권 당첨의 꿈이 아니겠는가.
강은 일부러 동네 명당 복권판매소를 찾아가 복권을 사지만 그가 고른 여섯 개의 숫자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그의 눈에는 꿈에 본 숫자가 새겨진 사람들을 보게되고 그 사람들은 어김없이 죽음을 맞는다.
여섯 개의 숫자는 죽음의 방법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단체로 수련회를 떠나는 아이들의 이마에도 떠오르는 죽음의 숫자들..
하지만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친놈 취급을 하며 모두 죽음의 길로 떠나고 마는데..
이제 회사도 잘린 채 칩거하던 강은 아내의 이마에 숫자가 새겨진 걸 보게 된다. 과연 그의 아내에게는 어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당 엄마를 둔 영민은 경북의 깊은 산골에 자리잡은 교도소에 취직이 되어 교도관 생활을 시작한다.
그가 맡은 18개의 방중 빈방이었던 18방은 절대 불을켜지말고 출입하지 말라는 기묘한 지시를 받게 되는데...묘한 이끌림에 18방에
이른 영민은 목을 메고 죽은 사내의 환영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무시되고 도리어 지시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쓰게 된다. 
18방에는 연쇄살인범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영민은 그의 방에서 비밀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무당 엄마를 두었기 때문일까.
영민은 계속해서 귀신을 보게 되는데...섭주 교도소에서 일어난 비밀스런 사건들이 하나 둘씩 밝혀진다.

사랑하는 남자의 집으로 초대된 예비신부 은해는 애인인 형주의 외국출장으로 혼자 가기가 어색해 동생인 기자 은미와 함께 시댁을
방문하게 된다. 그녀들을 맞은 노인과 주치의인 의사는 대저택의 지하실로 은해를 안내하고 지하실의 방에는 끔찍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독특한 소재의 10편의 단편은 으스스하기만 하다.
작가들은 모두 한국 공포문학단편선에서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들로 공포문학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당 아들'은 교도소라면 있을 법한 전설이나 소문을 신기가 있는 무당아들의 눈을 통해 투영해내고 있다. 과연 죄를 지은 죄인들에게도
억울한 죽음이 있을까. 사형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요즘 그들은 단죄하는 또다른 집단의 복수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며느리의 관문'은 소재도 특이하지만 현직 피부과 성형외과 원장인 의사의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냉동된 인간들이 현존한다고 들었지만 미래의 어느 날, 이 작품에서 나오는 신기한 액체가 발명되지 않을까.

짧은 단편이지만 공포의 여운은 길다. 어떤 작품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본듯도 하고 언젠가는 실제한 미래를 보는 듯도 하다.
'월하의 공동묘지'나 '구미호'의 전설을 닮은 애교스런 공포담도 있지만 '구토'처럼 뚱뚱한 자신의 외모에 혐오를 느껴 음식을 거부하고
구토에 시달리는 여성의 모습에서 현대 여성의 외모지상주의, 다이어트증후군에 어둠을 목격하게 된다.
늦여름 더위의 잔재를 날려주는 시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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