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아주 옛날에는 모든 사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무와 바위같은 곳에도 영이 깃들어 있어
소원을 빌거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도 있다고 했는데 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과연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나무가 있다니..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책을 덮고나서는 식인나무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은 1945년 4월 스코트랜드 포이어즈 마을에서 부터 시작된다.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영국은 독일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던 중 한 아버지와 아들은 폭격에 대비하기 위해
네스호가 보이는 산꼭대기 울창한 숲에 방공호를 만들게 된다. 그 무렵 인근마을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클라라라는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비밀의 집을 짓던 서른 살의 남자는 소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홀려 영원히 쟁취하기 위해
소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비밀의 집 벽안에 넣어 시멘트로 발라버린다.

세월이 흘러 무대는 일본의 요코하마 바샤미치의 이시오카에게 걸려온 전화로 이어진다.
친구인 미라타이의 활약을 글로 써서 책을 출판했던 이시오카에게 팬이라는 자청하는 모리 마라코라는 여자의 전화였다.
반가운 마음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이시오카는 이 전화 한통이 앞으로 벌어질 무시무시한 사건에 끌려들어갔음을 몰랐다.
첫만남부터 이상한 질문만 하던 모리는 사랑하는 남자가 유부남이고 니시 구 도베 초의 외국인 학교 부지에 새로 지은 빌라에
살고 있는 후지나미 스구로라고 고백한다. 조금은 맹한 이시오카는 그녀와의 이상한 만남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 후 모리가 사랑했던 후지나미란 사내가 지붕위에서 변사체가 되어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가 실린다.
먹잇감을 찾던 배고픈 늑대처럼 미타라이는 이시오카와 함께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모리의 집에 들러 그녀도 함께.

이야기는 도베의 어둠비탈길에 있는 천년이 넘는 거대한 녹나무의 역사로 이어지는데 오래전 에도시대부터 처형장이었던
어둠비탈길은 효수된 죄인의 머리를 녹나무의 가지에 걸어놓는 등 기괴한 전설이 깃든 나무였다.
오래전 이 나무에서는 온 몸이 너덜너덜해진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고 거대한 나무에는 수많은 원혼들의 외침이 들린다고도
했다. 이 녹나무가 있는 부지옆에는 오래전 유리공장이 있었고 그 뒤에는 외국인 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서양관자리에 있던 건물과 새로 지은 빌라등이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그 서양관 건물의 지붕에 앉은 채로 숨진 후지나미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 하지만 이 죽음은 오랫동안 숨겨졌던 비극의 역사를 밝혀내는 열쇠가 된다.



영국에서 잘 나가던 사업가 제임스 페인은 동경하던 동양의 나라 일본으로 건너와 게이샤였던 야치요와 결혼하고 장남인 스구루와
차남인 유즈루, 막내딸인 레오나를 낳는다. 하지만 제임스는 돌연 단신으로 영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혼자 남은 야치요는 같은 마을에
살던 빵집 남자 데루오와 재혼한다. 데루오에게는 사별한 아내사이에 미유키라는 딸이 있었다.
야치요와 데오루, 미유키는 서양관에서 살고 있고 새로 지은 빌라에는 그녀의 세 자녀가 입주하여 살고 있다.
그 중 큰 아들인 스구로가 지붕에서 사망을 했고 이어 둘째 아들인 유즈루마저 거대한 녹나무의 쳐박혀 다리가 허공에 뜬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된다. 과연 이 녹나무에 얽힌 저주처럼 사람을 먹어치우는 나무가 존재하는 것인가.
예측대로라면 엄청난 미모로 연예인이 된 막내딸 레오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셜록 홈즈와 그의 조수인 왓슨처럼 미타라이와 아시오카는 이 사건의 비밀을 쫓는다.
어느 날 영국으로 사라진 제임스 페인을 쫓아 막내딸인 레오나와 함께 영국으로 날아가 네스호의 비밀의 집을 둘러보기도 하고 
제임스가 사용하던 서재에서 발견된 의문의 메모들의 흔적을 확인한다. 하지만 비밀의 집은 너무나 희한한 구조로 되어있는데다
예전에 사라진 소녀의 시체가 묻혀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고 만다.



하지만 사건기록을 공표하지 않기로 한 서약의 기간이 끝나고 미타라이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서양관 지붕위에 있던 시간을 알려주던 닭의 존재가 제임스가 보낸 죽음의 메시지라는 것도 밝혀진다.
하지만 아들들의 사건현장에서 상처를 입고 결국 죽음을 맞았던 야치요의 비밀은 경악을 하게 만든다.
과연 악은 유전되는 것일까?

전작인 '점성술 살인사건'도 미타라이의 활약으로 전모가 밝혀졌다는데 미리 읽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작가인 시마다 소지는 거대하고 음침한 녹나무를 배경으로 아예 이 작품을 '나무에 깃든 저주'로 독자가 몰입하기를 원했던 것같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어둠 비탈에 있던 녹나무는 읽는 내내 다가가고 싶지 않는 무서운 식인나무로 각인되었다.
실제로 그 녹나무는 식인나무임을 밝혀진다.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의 곁에서 죽어간 수많은 죽음에 대한 복수를 그 나무가
대신한 것으로 여겨진다. 40년이 넘는 세월과 영국과 일본을 오가는 공간만큼이나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살인의 충동을 가진 사내와 그 악을 끊고자 했던 여인의 아픈 이야기가 드러나고 긴 여정은 막을 내린다.
미타라이와 약간은 어리버리한 이시오카의 활약은 계속되지 않을까?
시마다 소지의 다음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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