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
이윤세 글.사진 / 반디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백 미터 달리기 최고 신기록 23초에 "좌향좌"에 오른쪽으로 "우향후"에 왼쪽으로 돌아선다는 그녀,
귀여니의 새 책이 라오스 여행기라니 일단 묻어갈 생각에 신이나지만 둔녀인 그녀의 여행 괜찮을까?
아주 어린 나이에 우연히 올린 글들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작가가 되어버린 귀여니에게 찾아온 무력감과
초조함, 사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뭔가 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감은 오히려 압박감이 되어 쉽게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바로 여행이지.
두 번 다시 오지 않은 이십대의 마지막 해 그녀는 결국 배낭을 꾸려 인도차이나반도로 날아가기로 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물가가 싸니까.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아보는 루트가 라오스에서 딱 멈추어 한 달을 보냈던 건 라오스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버렸던것은 아닐까.
하긴 평생 살아온 우리나라도 못가본 것이 훨씬 많은데 생전 처음 들어간 나라를 며칠만에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테지.
어쨋든 그녀와 함께 시작된 여행은 처음부터 어째 불안하다.
비행기값을 아껴보겠다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오히려 라오스로 넘어가기 위해 왕창 바가지를 쓴 택시비며
홧김에 들이킨 맥주값이 더 나왔다니 우습기도 하지만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얼마 전 태국이 시위사태에 휩싸여 불안정 했다는데 당시에는 안전했던 모양이다. 그나마 그걸 위안할밖에.



얼마 전 읽었던 라오스 여행기에서 난 사실 심한 실망감을 느꼈었다.
여행이란 늘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여행경비를 절충해서 결정하는데 라오스는 저렴한 배낭여행자들에게 저렴한 물가로 선호
되는 편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오랜 사회주의에서 서서히 깨어나 자본주의에 물들기 시작한 라오스는 한마디로 바가지의 천국처럼
되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른 바 돈맛을 알았다는 이야기인데...동남아 사람들의 기질은 순진하고 게으른 편이라 얍삽함에 길들여진
우리를 어떻게 속이랴 싶었지만 이런 우리를 찜쪄먹는 상혼이 넘실거린다고 했다.
어리버리한 귀여니가 과연 이런 무시무시(?)한 상술에 온전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흥미를 느낄만한 가게에 들어가 작품에 감탄하는 동안에도 "배워보지 않을래"하며 다가오는 가게주인 청년의
친절에도 5만킵의 비용을 요구하고 결국 순진한 귀여니에게 라오스의 음식비법을 가르쳐주겠다며 돈을 갈취(?)하는 상술을 애교로 
봐줘야하나? 하긴 언제 라오스 요리를 배워볼 수 있겠어. 



그래도 우수에 젖은듯한 청년의 기타솜씨만큼은 나도 꼭 듣고 싶어진다.

더구나 트리하우스에게 숙박을 하는 '긴팔원숭이체험'이라니...결국 긴팔원숭이는 만나지도 못한 여행이었지만 한화로 20만원이라는
이 체험을 나도 꼭 해보고 싶어진다. 안개에 휩싸인 나무위 집에서 어둠에 싸인 숲에서의 하룻밤이 조금 무섭긴 하겠지만.

여행객의 천국이라는 루아프라방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여행객이 적은 라오스의 진짜 모습이 담긴 곳들을 찾아다닌 것 같아 즐겁다.
조금 따분하기도 했고 하필이면 우기인지라 빗속여행이 쉽지 않았겠지만 인생이 그런걸 뭐.
진흙속에 발이 빠지고 돼지똥에 젖고 가끔은 바가지에 속아도 그녀의 여행은 행복해보인다.
무리하지 않고 여유있게 쉬엄쉬엄 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긴 하니까. 하지만 숙취로 뒹굴었던 시간은 사실 조금 아깝지 않았나?

그래도 참 다행이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엉뚱하고 흥정잘하는 이탈이라 청년 스테파니와 수란 이름을 가진
여자와 남자, 흑심을 품고 달려들었던 바위 청년때문에 잘하면 라오스댁이 될뻔한 사건도 나는 재미있었는데...귀여니는 식겁했을것야.ㅋㅋ 그래도 아직 이십대인데 이런 무모한 스캔들 하나쯤은 남겨야 여자지 안그래?



친절하게도 부록에 정보가 가득해서 더 맘에 든다.



이왕 떠날거면 그 나라에서 꼭 써야할 단어 몇가지쯤은 외어가는 것은 필수!
그리고 이렇게 바가지까지 써가며 한 달이나 둘러본 여행이 고작 170만원이라니..확실히 물가가 싼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이긴 하다. 더 돈독이 오르기 전에 얼른 다녀와야할텐데..우선 귀여니와 함께 한 라오스로 당분간은 만족해야겠다.
우울했던 시간을 털어내고 이 여행이 다시 활력이 되어 귀여니의 재치있고 유머스런 다음 작품을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이 말도 스트레스가 되면 안될텐데..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좌충우돌 숙취만땅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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