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하늘 맥주'라고 하면 '아사히 맥주'나 '칭다오 맥주'처럼 혹시 맥주 브랜드 이름이 아닐까 잠시 멈칫해본다.
일본의 유명작가이며 내가 늘 감동을 따따블로 받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라니 우선 믿음 한 보따리 깔고
보는 이 작품, 정말 유쾌하고 행복하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무지개곶의 찻집'이나 '쓰가루 백년식당','여섯잔의 칵테일'같은 주옥같은 작품을 쓴 작가로만
기억했다면 '푸른하늘 맥주'는 모리사와 아키오 그 자체를 보여주는 자전 에세이이다.
흠...책을 읽는 내내 맥주가 무척 땡겼다.
하긴 일본 사람들 밥상에서도 식당에서도 무조건 맥주가 먼저일만큼 맥주를 독일사람들 다음으로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모리사와가 이렇게까지 맥주를, 술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가 더욱 좋아진다. 나도 애주가이니까.



와세다대학 출신이라면 일단 머리가 좋다고 인정한다. 물론 글도 잘쓰는 그이지만 10대 20대의 모습은 어땠을까.
묻지 않아도 좔좔 그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난다. 방탕하다기 보다는 자유로왔던 그의 영혼이 그대로 느껴진다.
때로는 오토바이로 때로는 차로 일본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겪었던 그의 여행이 어찌나 유쾌하고 상쾌하고 가끔은 당혹스러워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그동안 가슴 따뜻한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썼던 그의 감성은 마치 조용한 시인같은 느낌이었는데..이건 뭐지?
특히 그와 같이한 동행인들의 개성은 정말 남다르다.
검은 피부에 레스링선수같은 울퉁불퉁한 몸매의 소유자 아폴로가 대기업 비지니스 전사가 되었다니 믿을 수 없다.
오토바이 폭주족이나 격투기 선수, 혹은 헬스클럽관장쯤이면 모를까.

맥주짱, 익살짱, 여행짱...정말 그의 젊은 영혼은 이렇게 정의할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건 침낭을 꾸리고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꽉꽉 채우고 여행을 다닐만큼은 돈이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강과 바다가 인상적이다. 아니 맥주가 인상적이다. 제목에 왜 맥주가 들어갔는지 충분히 이해할 만큼.



한적한 시골 공터에서 잠을 자다가 트럭에 치일뻔했던 순간은 아찔하면서도 웃음이 멈출 수가 없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트럭을 피해 미처 침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자벌레처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모습이 연상되었으니까.
겨우 피하고 다시 잠든 잠자리에서 이제는 논둑에 잡초태우기 때문에 다시 타죽을 위기를 맞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그 때 사고를 당했다면 그의 주옥같은 작품은 결코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수중출산'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자연분만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겠지만...산기를 느낀 작가의 동행 친구가 엄청난 쾌감을 느낀 것은 '수중방분'이었음을 알게된다...이런...더럽지만 나도 시도해보고 싶은 건 왜일까.

전국 방방곳곳을 유랑하면서 때로는 위험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마주친 사건들을 보니 그의 자유분망함과 다소 엉뚱한 구석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하다. 야생에서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물고기며 야생식물에 해박한 그의 실력도 놀랍다.
물고기를 잡아 회를 뜨고 튀김을 해서 들이켰던 그 수많은 맥주를 생각하면 아마도 '맥주의 강'이 탄생했을법도 한데.
이제는 어언 마흔 중반에 들어선 그의 나이가 무색해진다.
그의 찬란했던 젊음이 어딘가 묶이지 않고 내닫던 청춘이 부럽다.
술에 취해 기타렐레를 튕기며 노래를 고래고래 불렀던 모습이며 노천탕을 황당하게 오가는 모습, 그리고 씩씩하게 바다에 빠진 소년을 구하던 모습까지 정말 생생한 그의 젊음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오토바이 마니아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젊은시절부터의 취미가 아닌가 싶다.
아주 오랫동안 그가 우리에게 행복을 전파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제 슬슬 둔해지는 몸으로 떠나는 여행기는 또 어떤 모습일지 다음 여행기가 궁금해진다. 맥주는 내가 살테니 나좀 같이 데려가 주면 안될까요? 모리사와씨!
지금 휴가를 떠나려고 하는 분들 이 책 강추합니다. 물론 마음이 꿀꿀한 분들이라면 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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