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가끔 막돼먹은 세상에 한 방 날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경우인데 법이란게 세상의 모든 불합리를
교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아니까. 다만 성질대로 시원하게 한 방 먹이고 사방이 막힌 감방에 들어가는 건 좀 뭐하긴 하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 이정우가 과연 이런 전설의 주먹을 가지고 있다면 아니 전설의 공중 휘둘러차기 기술이 있다면
나도 정현이처럼 정우곁에 꼭 붙어있고 싶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먹을 휘두르는 양아치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다.
녀석은 어디서 이런 기술을 배웠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는 않겠다. 부산에서 '통'으로 통하던 정우가 서울에서 '짱'이 아닌
'통'으로 군림하는 과정을 보면 다소 만화스런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심지어 '대부'같은 거대한 영화까지 연상되는 피튀기는 싸움장면을 좋아한다면 강추할만한
책이다. 분명 흰 종이에 검은 활자로 찍혀있는데 자주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물론 이 막돼먹은 정우의 모습을 누가 연기하면 좋을지 내내 생각하면서 말이다.
굳이 남자만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도 버리길 바란다. 여자학교에서도 일진이나 칠공주파들은 있으니까.
아니 예전 만주에서 활동하던 여도적떼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절단내버렸다고 하지 않은가. 막판에 명동파와 전면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앞선 남자애들 뒤에서 자근자근 뼈와 살을 추리는 여자애들이 나오는 걸 보면 여자는 약하고 겁이 많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다만 임신중이거나 심신이 약한 사람들은 책을 열기전에 심호흡을 하기를 권한다.

녀석이 왜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지 부모는 누구길래 이렇게 서울을 들었다놨다해도 나타나지를 않는지는 묻지 말자.
뭐 있어봐야 막무가내인 녀석을 통제하긴 글렀을니까. 어디가나 사내녀석들은 오래전 짐승이었던 유전자를 어쩌지 못하는지
꼭 영역표시를 해야만 직성을 풀리는 모양이다. 특히 힘좀 쓸 것같은 전학생이 오면 우선 주먹으로 선제빵을 날려야 한다니까.
하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도 크지않은 정우를 한참 잘못봐도 잘못봤다. 그냥 휙휙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국무협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녀석은 지상보다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이 좀 길다. 그래봤자 10초 안짝이지만.

녀석의 앞길을 가로막은 양아치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드디어 업소관리를 좀 해주시는 어르신들에게 불려가게 된 정우.
차기 리더의 싹수를 알아본 사장이 뒤를 밀어주기로 하는데 주먹의 말로를 알았다면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다. 정우.
1학년인 주제에 3학년 선배를 무릅꿇리고 선생같지 않는 선생들에게 한 방 먹이는 건 나도 멋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진정한 스승이 되어보겠다고 애쓰는 교생 윤정임의 선의를 그렇게 무시하는 건 아니지.
아주 가끔은 진짜 선생같은 선생님이 있긴 있거든. 드물긴 하지만.
막나가는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네곁을 맴돌다 그만 그렇게 되어버린건 정말 화가나서 미칠 지경이야.
이제 우리나라도 마피아천국인 미국이나 콜롬비아처럼 총의 시대가 온거란 말인가.
나는 녀석처럼 오로지 몸으로 승부하는 게 좋은데. 그게 진짜 주먹 아니니? 김두한이나 시라소니처럼 말이야.
어차피 주먹은 어느시대에든 있어야 하는 존재이긴 하니까. 하려면 제대로 멋지게 진짜 주먹이 되란 말이지.
치사하게 총이 뭐냐. 그치 정우.




'하찮은 권력을 가지고 그 것에 안주하는 녀석들은 자신에게 꼼짝도 못하는 나약한 자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당당히 저항하는 자들은 쉽게 다스리지 못한다.' -본문중에서

그래 나도 저항 한번 해보지 않고 당하는 녀석들을 혐오한다. 맛빡이 터질 때까지 덤벼보는거야. 그렇게라도 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사를 봐도 알수 있잖아. 정우...난 너의 이런 점이 맘에 들어.

인간미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냉혈한 진우를 평정한 건 잘 한 일이야. 남겨둬봤자 죽음만 계속되는 그런 녀석은 네손에서
해결하는게 맞아. 그러고보니 주먹들에게도 분명 서열내지는 등급이 확실하게 있는 것 같다.
정우가 A+++라면 진우같은 녀석은 C급도 못되는 양아치가 분명하다. 지옥에서 온 사자(死者)같이 오직 죽음에만 몰두하는 그런
짐승같은 놈들이지. 우리 주변에는 이런 놈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야.

조금 늦긴 했지만 마지막을 멋지게 평정하고 고요하게 학문의 세계로 돌아간 건 정말 잘한일이긴 하다.
그래도 세상은 법치로 그럭저럭 돌아가는 세상이긴 하니까. 세상을 지배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그 법치의 세상에서 교묘하게 
요리조리 법망을 피한 채 제 몫을 챙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세상을 보려면 무지에서 눈을 제대로 떠야할테니까.
조금 졸리긴 하겠지만 어두운 눈을 뜨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거야. 
지덕체를 다 갖춘다면 세상에 군림하는 일이 조금 더 쉬워질테니까. 그 때를 기대할게. 열심히 해 정우야!
그리고 우직하고 충직했던 가슴 넉넉한 정현이를 위해 나도 기도할게. 멀리서 정현이처럼 너를 응원해줄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