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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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부터 우울하고 슬픈 소식으로 가슴이 답답하셨다면 브라질 월드컵과 더불어 이 책을 읽을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역사라고는 통 관심도 없고 세계 정세에는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더욱 읽어야 할 책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마구 불러오지 않는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니..100세라면 제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들 나이일텐데..1층이긴 하지만

창문을 넘어 도망칠 만큼 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도대체 왜?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소설은 영화로 개봉되어 큰 사랑을 받을만큼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북구의 스웨덴이라면 추운 나라답게 다소 음침하고 차가운 작품을 연상하지만 마치 발리의 해변에서 노니는 바캉스족을

보는 것처럼 발랄하다 못해 배꼽빠지는 장면이 속출한다.

 

2005년 5월, 딱 100세가 되는 생일 날 아침 알란은 가운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은 그대로 요양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을 감행한다.

스웨덴의 말름셰핑 마을에서 일어난 100세 노인의 탈출사건은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며 알란의 전생애를 되돌아보는 여정이

시작된다.

겨우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알란은 네버어게인이라고 새겨진 셔츠를 입은 나중에 볼트라고 알려진 청년의 트렁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알란은 청년이 화장실에 간 틈에 맡아둔 트렁크를 끌고 버스를 타고 떠나버린다.

트렁크를 잃어버린 청년은 불같이 화를 내고 알란의 뒤를 쫓게되고 중간에서 내린 알란은 이제는 폐쇄된 뷔링에역사에 도착한다.

이 역에는 좀도둑질로 연명하며 살고 있는 율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두 노인은 트렁크를 열게 되고 그 안에 5천만 크로나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음을 발견한다.

뒤를 쫓던 청년이 역사에 도착했지만 두 노인을 서로 힘을 합쳐 청년을 냉동실에 가두어 살해하고 경찰을 피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알란은 어린시절 소련으로 도망친 아버지때문에 홀어머니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폭발물회사에 들어가 폭발기술을 익혔었다.

이 기술은 후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각국의 내전으로 인한 폭발물 수요의 증가로 알란이 많은 나라로 전전하는 요인이 된다.

스페인의 내전에서는 프랑코 총통을 만나는가 하면 2차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탄개발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알란은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미국의 대통령인 트루먼과 존슨, 프랑스의 드골, 소련의 스탈린을 만나고 의도치 않게 해결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소련과 미국, 중국에 의해 분단국가가 된 한국도 등장하게 된다.

블라디보스톡의 수용소에서 탈출한 알란은 아인슈타인박사의 배다른 동생인 헤르베르트와 함께 북한으로 오게 되고

마오쩌둥의 도움으로 중국을 거쳐 인도네시아 발리에 닻을 내린 후 아주 평화로운 몇 년을 보내게 된다.

발리에서 만난 원주민 여자 아만다는 헤르베르트와 결혼을 하고 미개했던 인도네시아의 정계에 진출하게 된다.

다소 모자란 두뇌를 지닌 여자가 운좋게 정치인이 되는 과정은 해학 그 자체였다.

파리 주재 대사로 부임하게 되는 아만다를 따라 다시 파리로, 그리고 미국의 스파이로 전격 발탁되어 다시 소련으로, 알란의

일대기는 파란만장하고 종횡무진하며 엉뚱발랄하기만 하다.

사실 알란은 정치와는 담을 쌓은 인물로 모든 것은 예정된 대로 진행되니 결코 서두르거나 휩쓸리지 않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세계사의 주요 지점에 깃발을 꽂는 장면은 영화 '프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를 연상하게 한다.

 

 

더구나 작가의 촌철살인같은 대사는 배꼽을 찾게 만든다.

알란의 아버지가 '아들아 성직자를 조심해라.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조심해. 가장 고약한 것은 술을 마시지 않는

성직자들 이란다.'라는 장면이나 소련복을 입고 변장한 후 북한으로 잠입하는 도중 장교복으로 위장한 멍청한 헤르베르트가

검문을 대비해 수십번 연습한 <난 소련의 메레츠코프 원수다! 날 동무들의 지도자 동무에게 안내하라!>를

"나는 지도자 동무다. 날......소련으로 인도하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눈물 콧물이 나올만큼 떼구르르 구르고 말았다.

동명의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아마 이 장면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5천만 크로나가 든 트렁크를 훔친 노인들과 그 뒤를 쫓는 악당들. 그리고 출세를 노리는 검사와 형사, 기삿거리에 목을 맨

기자들까지 우왕좌왕 여정은 유쾌 그 자체이다.

엉뚱하고 다소 모자란 사람들에 이어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코끼리까지 등장한다.

이 소설의 압권은 뒤쫓던 어설픈 갱원 두명의 시신이 처리되는 과정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정말 저자는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인물이다. 더구나 그 박식한 세계사라니...

 

자 웃음결핍증이나 증오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여 꼭 읽으시라. 절로 치료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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