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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혼 - 기억 없는 시간
감성현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자신의 혼이 다른 사람의 몸을 넘나들 수 있다니...한 번쯤 꿈꿔봤던 이야기인지라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연우는 방송국 PD인 이란성쌍동이 동생 연희와 부모님과 함께 동해안으로 휴가를 가던중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동생과 자신만 살아남는다. 연우는 그 일로 119구조대원이 되었지만 평생 트라우마가 되어
그를 괴롭히는 사건이 되고 만다.
수혼인인 연우는 화재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내를 구하기 위해 '수혼'을 하여 구해내지만 화장실에 갇혀있던 여성은
수혼이 되지 않아 구해내지 못하고 만다.
사실 수혼인들에게는 몇가지 규칙이 있다.
성별이 같아야 하고 비슷한 연령대이어야 하며 직접 눈으로 본 대상이어야만 한다는 것 등이다.
수혼인들은 인간의 몸을 넘나드는 능력을 악을 행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에 연우같은 인물은 아주 예외적인 수혼인이다.
이런 악의 수혼인을 제거하는 살해사들이 존재한다.
전자파처럼 감지되는 수혼인들을 찾아내어 살해하는 무네르같은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수많은 수혼인들을 처리했지만 인간세계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스런 주검들이 어느 날 부터 몸이 두 갈래로 갈라졌지만
피는 보이지 않는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서서히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평생 살해사였던 무네르가 수혼인들의 악을 멸하기 위해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희한한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 태훈은 점차 수혼인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는 수혼인들이 태훈의 몸을 빌어 강간과 살인을 하게되고 태훈은 살해범으로 지목되기에 이른다.
수혼인은 유전이라는데 연우의 수혼능력은 선대로 부터 기인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란성쌍동이인 연희에게도 수혼의 능력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는내내 이런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지만 시원한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현실에 이런 수혼능력이 있는 악인이 존재한다면 세상은 악으로 멸할 것이다.
실제로 선의 탈을 쓴 수혼인들이 다른 인간의 몸을 빌어 강도와 살인을 일삼는 장면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그런 능력이 선으로 발현되는 경우는 유일하게 10년전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연우뿐이다.
살해사 무네르는 평생 수혼인을 처단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게된다.
결국 수혼인들과 살해사사이에 수혼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소멸하게 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아주 특이한 소재의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혼의 능력이 있는 인간들을
통해 드러나게 한다. 마지막에 수혼인들의 창궐을 예감하는 장면은 소름마저 끼친다.
과연 인간은 선일까 악일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멋진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읽는 내내 글 보다는 그림을 보는 것같은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