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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의사 송태호의 진료일기 - 조선일보 Why 병원 이용 설명서
송태호 지음 / 신원문화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불가근 불가원'이란 말이 있다. 가까이 하기도 어렵고 멀리 하기도 어렵다는 이 고사는 바로 병원과
의사를 대입해도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살면서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평생 병원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때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의사이다. 한 때는 이발사가 그 역할을 했다는 기록도 있고 지금보다
사회적 지위가 약한 적도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어쨌거나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고급인력인 그들은 가깝기도 하지만 먼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거치는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서 봐도 참 고달프기만 하다.
하지만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도 손주뻘의 의사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만큼 그들의 지위는 확고하기만 한 줄 알았다.
'국경없는 의사회'라는 봉사단체처럼 낮은 곳에서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확실히 그들의 역할은 인류의
계급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닌게 또한 의사이다.
늘 아픈 사람을 대하는 의사들은 방패 몇개는 준비하고 환자를 만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의사는 존경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업가라는 의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대에 참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제목처럼 '동네의사', 그것도 맘을 나누고 내 몸을 챙겨주는 진정한 의미의 주치의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네의사 송태호의 글을 보면서 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을 돌보는 진정한 의사의 모습에 감동 받게 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치는 순수한 의사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환자의 몸을 걱정하고 돌보는 진정한 의사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늘 내가 환자에게 진심이었는지, 고통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되묻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열쇠 3개쯤 받고 결혼한다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스스로 '보수주의 의사'임을 천명하고 소신껏, 성심껏 환자를 돌보는
동네의사의 모습에서 참의사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간혹 우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처방전만 내주는 의사의 모습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몸의 병만이 아니라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는 의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책은 환자뿐만이 아니라 의사들이 꼭 봐야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금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의 아들녀석에게도.
더불어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증상들이 큰병의 징후임을 알려주는 정보도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자칫 생명을 놓치거나 위험에 빠질뻔했던 사람들을 구하는 그의 날카로운 눈길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진다.
이런 주치의가 내 이웃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안아픈 곳이 없고 어느 순간 유언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낄적도 있다.
왕진 가방을 들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어오는 그런 의사가 있는 동네에 살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목에 손이가고-혹시 갑상선에 이상이 있는게 아닌지 하는 의심으로- 평소 어지럼증이 혹시 단순한 빈혈이
아니라 뇌졸중이나 뇌경색의 징조가 아닌지 불안스럽기도 하다.
병은 숨기지 말고 알려야 한다고 하지 않은가. 오랜만에 참의사의 얘기를 듣다보니 고장난 내 몸도 소중해지고 맘도 따뜻해진다.
이런 따뜻한 의사가 많아지는 아름다운 세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