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전편 '눈알 수집가'에 이은 속편이다. 전편에서는 전직 경찰이었던 기자 초르바흐는 '눈알 수집가'인 프랑크에게

아내가 살해당하고 아들 율리안을 유괴당하자 그를 쫓다가 결국 아들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었다. '눈알 수집가'를 함께 쫓았던 맹인 물리치료사 알리나는 그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세 살때 화약약품 폭발사고로 눈을 잃은 알리나는 극심한 고통에 이르면 미래 혹은 과거의 환영을 보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의 이런 능력을 알고있는 수사반장 스토야는 새로운 살인마이면서 세계적인 차린 주커박사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가 납치한 여성들은 눈꺼풀이 도려내지고 강간당한 후 버려지고 결국 모두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증거도 증인도 없는 경찰에게 알리사의 능력이 유일한 탈출구이다.

 

 

'눈알 수집가'를 좇으며 잠시 초르바흐와 사랑에 빠졌던 알리사는 더 이상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기 두려웠지만 주커의

마지막 증인이 사라지면 주커가 석방되어 다시 살인을 시작하리라는 스토야의 설득에 주커를 맛사지하게 된다.

하지만 주커는 알리사의 과거와 현재 모두를 알고 있었다.

그를 맛사지하면서 나타난 라디오 DJ의 음성과 난폭한 여자의 영상들..

알리사는 희미한 메세지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른 채 집에 돌아와 딸을 납치당했다는 한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성도착자인 남편이 열 여섯의 딸과 집을 나갔고 갑자기 그 딸이 사라졌다는 여인은 그녀의 능력을 알고있다면서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알리사가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은 아들을 유괴당하고 자살을 선택했던 초르바흐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그녀의 삶에 뛰어든 또 다른 살인마 주커, 일명 '눈알 사냥꾼'과 마주한 알리사는

초르바흐가 기적적으로 살아있음을 알게된다. 아들을 잃었다는 고통에 빠진 초르바흐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알리사의 등장으로 긴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진도앞바다에서는 눈알 수집가와 눈알 사냥꾼 못지않은 끔직한 일이 일어났다.

'재난이나 공동의 위험이나 곤경이 발생했을 때, 도움이 필요하고 여건상 도울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데도,

특히 자신이 상당한 위험에 처하지도 않고 다른 중요한 의무들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도우는 것이 가능한데도

그러지 않는 사람은 최고 1년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라는 독일 형법이 눈길을 끈다.

초르바흐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건에 뛰어들었지만 알리사는 순전히 자신의 능력때문에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 댓가로 그녀는 자신의 여성을 상실하는 비극에 이르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은 것같다.

그녀의 선택이 없었다면 살인마들은 더 많은 여자들을 도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실수로 많은 생명들이 수장당할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는 커녕 가장 먼저 탈출했던 인간이하의

말종들에게 어떤 형벌을 치루게 해야할까...

 

역시 스릴러의 압권은 반전이 아닐까. 전편에서 초르바흐를 괴롭히던 눈알 수집가 프랑크의 뒤에 진짜 '눈알 수집가'가

따로 있음이 밝혀지고 두 살인마는 죄값을 치루게 된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과 상처를 안고 남은 사람들에게 남은 생은

숙제일 뿐이다. 더구나 진짜 '눈알 수집가'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

아마도 다음 속편은 '눈알 수집가'의 재등장이 아닐까. 흔한 사이코패스의 패턴을 넘어선 '눈알 사냥꾼'의 최후가 다소

평범한 것이 못내 아쉽다. 좀 더 드라마틱하고 속시원한 최후를 안겼더라면 답답한 마음이 풀어지려나.

끔찍한 스릴러작품을 보면서 악랄한 인간의 최후를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주고 싶은 내 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 인간의 마음속에는 선보다 악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한참 생각에 잠기게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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