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내 방에 구렁이가 찾아온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크가 작아 꼬마라고 놀리는 걸 제일 싫어하는 아이에게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찾아왔다.

집이 산에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구렁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놀란 아이는 119에 신고도 하고 엄마에게 말도 하지만 아이 눈에 보이던 구렁이는 어느새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거짓말장이 양치기 소년이 된 것같아 그 후에 나타난 구렁이를 보고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예쁜 새끼를 잃은 구렁이는 자신이 살다간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날이 올까봐 자신이 얘기를 써줄

아이가 필요했단다. 마침 커다란 새에게 먹힐뻔한 구렁이를 구해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는데..

아이는 새끼를 잃은 구렁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구렁이의 얘기가 점점 재미있어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구렁이가 원하는 족보를 만들어주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하게 된 아이는 뱀이 육식동물이고 제 몸보다

더 큰 것도 덥석 삼킬만큼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각이 없다는 사실도.

자신이 아무리 맛없어 보이게끔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라는 것을 안 아이는 구렁이를 쫓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구렁이족보'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예전부터 구렁이는 인간에게 해로운 독도 없었고 귀한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어느집에서는 '업'이라 부르며 절을 하고 구렁이가 집을 떠나지 않도록 보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콘크리트 도시에서 구렁이는 더 이상 살 곳이 없다.

혹시 동물원이라면 모를까.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커다란 뱀이 절로 향하는 계단위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더구나 섬에 살러오고 나서는 집 근처에서 몇 번이나 뱀과 마주쳐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은 것 같은 적이 있었다.

이상하게 뱀은 다른 동물보다 더 무섭다. 이 책에서 나오는 구렁이는 예전에는 집을 지켜주는 업으로 보호도 받았다는데

실제 맞닥뜨린 구렁이(연한 노란색과 연두색이 섞여있었다)를 보니 무섭기가 그지 없다.

그런 구렁이와 마주친 아이는 얼마나 놀랐을까.

점점 살아갈 곳이 없어지고 종족이 사라져가는 것을 슬프게 여긴 구렁이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인간 사이에서 떠돌던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뱀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랐을 것이다. 몇 번의 탈피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구렁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구렁이가 조금 부러워지기도 한다.

구렁이 아줌마 스스와 아이의 숨바꼭질 놀이도 재미있고 오래전 읽었던 옛날이야기도 다시 만나는 즐거운 동화이다.

구렁이가 생각보다 상당히 깔끔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데..이제 우리집 돌담을 유심히 살펴봐야 겠다.

혹시나 재작년 마주쳤던 녀석을 다시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여기 저기 숨어있는 쥐좀 해결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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