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옆 맛집 - 볼거리 먹을거리 콕 집어 떠나는
유은영.민혜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것들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숙박과 먹을거리가 아닌가 싶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풍경도 중요하지만 일단 먹거리가 풍성하고 맛있어야 그 여행

잘 갔다왔다는 포만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얼마전 보도에도 블로그를 이용한 광고대행사들의 엉터리 맛집이 등장했다. 으례 그렇지만 볼거리 많은

관광지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탓이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생활수준 높아지면서 사람들 입맛도 아주 높아졌다. 아무리 멀고 비싸도 맛있다면 찾아가는 시대이다보니

어지간한 맛집수준으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먹을 거 좋아하는 나한테 딱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검색하면서 메모하는 수고를 덜어주겠지 하는 기대와 그래도 웬만한 맛집이라면 기를 쓰고 찾아다니는

내가 알고 있는 맛집이 얼마나 소개되었나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서울의 맛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그것도 서울의 중심인 인사동 근처의 '이문설농탕'을 모를리 없다. 진한 국물맛과 잘 익은 깍뚜기 맛이 일품인 곳이다. 포장도 꽤 많이 해왔었다.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좋아하는 이 설농탕맛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처음 신당동에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에 간 것은 여고때였다. 그 때는 할머니가 살아계실 적이었는데 빨간 떡볶이만 보다가

짜장떡볶이를 보니 너무나 신기했었고 그 맛 또한 기가 막혔는데..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가까워 이제는 아이들과 일요일 점심이면 가끔

찾는 추억의 명소가 되었다. 물론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자제분들이 몇 곳으로 나누어 분점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리고 부모님의 고향인 평안도의 족발 또한 즐겨 가는 곳이다. 서로 원조라고 써붙여 놓은 족발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진짜 원조 족발의

쫀득쫀득한 맛은 특히 몸이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면 그리워지는 곳이다.

 

 

초당할머니 순두부집은 강릉에 갈 때마다 들르곤 하는 곳인데 그 부드러운 순두부의 맛은 다른 곳에서는 흉내를 내기 힘들다.

아마도 간수대신 동해 바닷물을 이용한 순두부의 맛을 절대 따라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흠흠..역시 내가 간 맛집을 제대로 골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답을 맞추는 수험자의 기분갔다고나 할까?

 

 

남도의 음식은 정말 맛있는 것이 많다. 다음 달 쯤 순천 정원축제를 가볼 예정이라 순천맛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시청 맞은 편 골목안에 있다는 청국장아귀찜집 '갈마골'이 눈길을 끈다. 청국장과 아귀의 만남이라니.

일단 1순위로 방문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다. 이런 메뉴는 전국적으로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국수 좋아하는 내가 국수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진우네 국수'라는 소박한 간판답지 않게 삶은 계란까지 곁들어

나오는 국수의 폼이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멸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에 멸치육수에 삶아낸 약계란이라니..

담양에 가면 꼭 가야할 맛집으로 리스트에 올려둔다.

 

 
일단 낯선 곳에 도착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맛집이 없다면 기사식당을 찾아가는 내 나름의 네비게이션이 있다.
하루종일 좁은 차안에서 운전하는 기사들의 입맛이 은근히 까다롭기 때문에 기사들이 꼽는 맛집중에 기사식당이 많다.
역시 내 짐작대로 특별한 기사식당이 소개되어 있다. 승주 나들목근처의 프라이팬에 끓인 김치찌개집이라니..
역시 리스트에 올려둔다. 꽃구경하고 나오면서 들리기에는 딱이다.
경주라면 돼지고기와 낙지를 매콤하게 끓여낸 짬뽕지개집도 찜해둘 만하다.
 

 
사실 식당은 혼자가기가 싫은 곳이다. 바쁜 시간이라면 자리차지하기가 눈치보이기도 하고 여럿이 같이 어울려
먹어야 더 맛도 있기 때문인데..'혼자 가도 좋은 맛집 베스트 10'은 일행없이 혼자가도 기가 막히게 맛있는 집이라는
뜻일 것이다. 꼽아놓은 전국의 맛집 열 곳중 가본 곳이 두 곳이다. 이 곳 외에도 소개된 맛집 중 몇 곳을 빼면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진정한 맛객이기를 바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는다. ㅠㅠ
이제 이 책은 내 차안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다. 내 입맛을 책임져줄 이 책은 여행 가방보다 먼저 가장 안락한 자리에
모셔놓고 네비게이션에 저장해 놓을 참이다. 봄날이 가고 있는 지금 꽃구경 맛구경 이 책과 함께 하면 어찌 아니 좋겠는가.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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