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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평점 :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스펙터클한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미래의 어느 날 IT산업과 전자사업은 이제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할 것같은 정점을 이루고
인터넷과 전력등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도시의 동맥이 하나의 선에 연결되어있고 자가용은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비톨이라는 비행선이 대신하는 세상이다.
인류가 시작되고 아주 오랜동안 모계사회로 발전했듯이 이제 세상은 다시 모계사회로 환원이 되었다.
남성들은 여성화되거나 중성적인 존재로 전락하고 오래전 남성이 차지했던 모든 권력과 책임은 여성에게
이양되었다. 심지어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으로 성전환하는 것을 허용하라는 남성의 권리를 찾는
'남성 권리 연합'이 결성되어 정부에 대항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D 레니라고 불리는 송여지는 스물 세살의 여자로 고아원 출신이며 에니메이션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아원 출신의 남자 파머를 구하기 위해 난자를 채취하여 경매사이트에 등록한다.
인류를 공포에 빠뜨렸던 AIDS는 이미 정복되었지만 새로운 질병 ONS(장기괴사증후군)이 창궐하여 새로운
장기의 수요가 급증하자 여성의 난자를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만든 후 인공장기를 배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성공확률은 4%로 낮지만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 장기배양법은 수많은 난자가 필요했고 결국 난자를 지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난자를 구하기 위해 여자들이 납치되거나 잦은 난자 채취로 인한
사망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파머가 ONS로 죽어가자 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난자를 경매에 올린
레이의 난자가 시세보다 엄청난 가격에 팔리게 되고 누군가 그 난자를 노리고 레이를 뒤쫓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되는 레이와 그녀를 돕는 아노미아에게 위기가 계속된다.
한국 정부는 제약회사 CEO출신의 장수진이 여성대통령으로 재선되어 고갈이 예상되는 석유자원을 대체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는 세계최초로 ONS예방백신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국가에게 헌신하기 위해 결혼도 포기한 채
쉰 중반을 넘어서는 중이었다. 그녀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마담 리즈와 리즈의 오른 팔인 준.
그리고 대통령과 경호원인 가희의 기묘한 관계등이 펼쳐지고 돈을 대신하는 제3의 대체수단인 전기를 두고
강국들의 암투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참 경이롭다. 미래자원에 대한 박식한 견해와 가상공간안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실제를
능가하는 장면이라든지 로보캅이나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파워슈트같은 보호장치들의 등장은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믿어진다. 실제로 난자의 중요성때문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득세하는 세상이 온다는
설정도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인류가 도달해있는 문명에 근거한 미래의 청사진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작가의 과학적 사고가 탁월함을 짐작케한다.
더구나 고아 출신의 레이의 존재를 안개속에 감춰두고 그녀의 난자를 향한 알수 없는 세력들의 다툼을 모티브로
등장인물들의 미스터리한 관계도도 아주 흥미롭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은 마담 리즈의 세력들이 레이가 살리고자 했던 파머에게 이식수술을 하게되고 막 복부를 닫으려는
순간 전기가 나가게 된다. 정전시에는 당연하게 비상발전기가 돌아가게 되어있지만 왠일인지 병원은 어둠에 휩싸이는데..
쫓기던 레이는 살인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대통령도 백신을 팔아먹기 위해 일부러 병을 유포시켰다는 루머에 휩싸이는
위기를 맞는다. 과연 레이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녀의 난자는 어떤 의미일까...2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