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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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예고없이 '콩깍지'와 씌거나 갑자기 '벼락'처럼 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나는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생은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말이다.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흔히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며 선택사양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사랑은 필수라고 단언한다.

 

 

흔히 '소설'같다거나 '드라마'같다고 표현되는 그런 사랑의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책이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실제하는 일이라고 첫머리에 언급한 이유는 사연 하나 하나가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십년을 살다가 우연히 소식을 듣게 된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가 사실은 평생 자신을 사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며 열 다섯이나 연상인 여자를 30년동안 짝사랑하고 있다는 초로의 남자이야기 같은 것이

어찌 현실처럼 들리겠는가.

'사랑을 하면 누구나 천국을 잠깐 훔쳐볼 수 있다'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더불어 '지옥'도 공존하는 것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어느 날 문득 벼락처럼 찾아든 사랑에 설레이고 온통 세상이 달라진 것만 같게 만들면서도 혹시나 사랑이 깨지지는

않을까, 상대가 변하지는 않을까하는 조바심이 찾아오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나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상대의 단점, 그리고 서로 다른 환경으로 굳게 믿었던 사랑이 조금씩 흔들리는

시간이 오면 그때부터 '지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야하는 것은 선택보다는 필수요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같이 있고 싶고 걱정되고 상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그런 애틋한 마음들이 영원하리라는

보장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은 것이 바로 '사랑'이다.

 

 

도저히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같지 않은 기적같은 사연들을 보면서 울고 웃다가 문득 첫사랑이 떠오른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난 내 사랑은 어디에서 잘못된 것이었을까.

어느 날 여행을 간 바닷가에서 노란 머리띠를 한 소녀에게 반해 결혼을 했다는 남자의 사연을 보다가

후회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첫사랑은 사라졌지만 내 여편네로 남아있으니 만족한다'는 대답에 잠시 웃음을

지어본다. 나를 사랑했다고 기억하는 나의 첫사랑은 지금 어디서 나를 아련한 '첫사랑'으로 기억해 주고 있을까?

그의 여편네가 되지 못하고 지나간 첫사랑으로 남은 내 사랑은 해패앤드였는지 새드앤드였는지 정의하기 어렵다.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잡기위해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남자의 이야기에서는 친구의 사랑이 떠오른다.

남자는 결혼을 했었고 친구는 미혼이었던 아주 오래전 둘은 사랑 비슷한 감정에 빠졌더랬다.

후에 친구가 결혼을 하고 두 사람은 몇 년후 유부남 유부녀가 되어 남들이 말하면 스캔들이요 자신들은 '사랑'이라고

믿는 시간에 휩싸인다. 그 때 남자는 수동이었던 차를 오토로 바꾸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한 손으로 너를 잡기 위해 차를 바꿨어"

아마 친구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선택에 결코 후회는 없노라고

다짐도 했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커플은 두 집안을 벌컥 뒤집어 놓고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세월이 흘러 문득 정신을 차렸는지도 모르겠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와 놓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랑'내지는 '스캔들'을 보면서 돌을 던질 수도 박수를 쳐줄 수도 없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은 그들 역시도

'사랑'이라고 믿었던 힘에 발목을 잡혀 얼마동안 맹과니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누구가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짓고 누군가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기적처럼 이루어져 눈물짓는

사연들을 보며 나를 스쳐갔던 '이뤄질, 혹은 이뤄질 뻔한 수많은 사랑'들을 떠올린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원수로 남았던 추억으로 남았던 어쨋든 우리들은 사랑을 했고 할 것이고 선배들이 겪었던 시간들을 누군가

뒤따르며 또 겪을 것이다. 혹시라도 '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용히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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