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개의 아시아 1 - 아시아 대표 이야기 100선 아시아클래식 1
김남일.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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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호랑이와 여우가 나오고 별과 달이

등장했던 이야기보따리에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전래 대대로 내려오는 온갖 설화에는 알에서 태어나 나라를 건설했다는 이야기와 위급한

상황에 신령스런 동물이나 사람이 나타나 구해주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분명 다른 나라에도 이런 설화들이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이야기는 주로 유럽의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가까운 이웃 아시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지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같다.

이 책에는 바로 가까운 우리 이웃들에게 전해지는 꿈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죽임을 면하기 위해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처럼 신기한 설화와

동화들이 너무도 자세하게 실려있어 반가웠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들의 조상들의 이야기나 할머니에게 구전되는 옛날이야기들은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과 상관없이 너무나 재미있는 법. 과연 이웃나라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호기심이

인다.

 

카자흐스탄 우화에 등장하는 알다르 호제는 화폐나 우표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꾀를 써서 힘센 사람이나 권력가들을 제압하는 이야기는 역시 통쾌하다.  라오스에서는 이와 비슷한 인물인 시앙 미앙이

있었다. 왕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워낙 영리했기 때문에 그를 고용했다. 왕은 그보다 한 수 앞서려고 기회만 엿보다가

"나를 호수로 뛰어들게 만드는 자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한다. 이에 꾀돌이 시앙 마이는 감히 제가 전하를 호수에 빠뜨리지는

못하지만 전하께서 호수에 계시면 밖으로 나오게 할 수는 있다고 꼬득인다.

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호수로 들어갔다. ㅎㅎ 그 순간 승자는 시앙 미앙이 되었다는 얘기.

 

인도에는 꾀돌이 사슴 칸칠이 등장하고 필리핀에는 꾀돌이 쥐사슴 필란독이 등장한다.

캄보디아에는 토끼 재판관이 등장하는데 우리의 동화 토끼와 거북이나 용왕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나온 자라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여 목숨을 구하는 토끼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불쌍한 민초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는 이런 트릭스터들이 있는 모양이다.

천일야화와 비슷한 '투티 나메'에는 영리한 앵무새가 등장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전래되는 이야기를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나라도 많은 모양이다. 나귀를 타고 가는 나스레딘 호자 이미지는

특히 터키에서 에니메이션 공모로 회자되고 있다니 옛 시간을 살려내는 마케팅으로는 최고라고 생각된다.

국경이 불분명한 시대에 이런 현자의 전설을 어느 나라든 제 것으로 만든다면 그 것도 지혜로운 일이 아닌가.

 

이야기책으로도 만날 수 없는 아시아 이웃나라의 이런 얘기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자칫 서양 문명에 뒤쳐져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살려낸 저자들의 노고가 돋보인다.

 

 

많은 페이지를 점령한 자료들과 참고문헌들을 보니 저자들의 땀이 그대로 느껴진다.

누가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나 싶었는데 역시 감성 풍부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수고가 감사하다.

자칫 묻힐 수 있었던 귀한 이야기들을 되살려낸 이들에게 다른 아시아의 숨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감사하지 않을까.

이웃나라를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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