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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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숨쉬고 있는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처럼 파란 하늘과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행복을 잊고 살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중에 들리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중도 장애인들이 더 힘들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혹은 희미한 빛만을 감지하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다니..

하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카메라 작동법만 알려주면 허공 어디에든 대고 셔터만 누르면 뭔가가 찍히긴 할테니까..

 

 

터키 이스탄불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스레프 아르마간은 시각 장애인 화가로 유명하다. 단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화가로서의 유명세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은 정말 사랑스럽고 따스해서 정말 시각장애인이 그린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제 3의 눈'이라는 말도 있다. 마음의 눈, 혹은 영혼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 3의 눈이 나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간혹 TV쇼에 눈을 가린 사람들이 나와 사물을 보고 똑같이 그린다거나 뒷면에 감춰진 그림을 맞추는 그런 놀라운

진기 명기의 차원이 아닌 좀 더 깊고 좀 더 높은 차원의 뭔가가 분명 존재하리라 믿는다.

 

 

자신의 눈을 대신하여 사물을 투사시키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아이들이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인사이트 캠페인'을 시작한 사진작가가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구김살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부터 중도에 시각을 잃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가슴아픈 일이다.

그런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다니...그저 카메라의 셔터만 누르는 일은 누구인들 못하랴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따라 나선 사진찍기여행에서 나는 멀쩡한 시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볼 수 없었던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을 그 아이들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피부에 닿는 햇살과 바람 향기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

볼 수 없지만 분명 볼 수 있는 우리가 볼 수 없지만 아이들은 볼 수 있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갇힌 세상에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부순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한 발을 내딛기도 힘든 불행한 삶을 살 것이란 막연한 생각들을 날려버렸다.

마치 내가 갈대숲에 서서 눈을 감고 세상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갈대와 바람의 속삭임들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 눈이 아닌 아이들의 맑은 눈을 통해 세상을 만난 느낌이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손은 얹고 걸어가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다.

 

그 아이들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마음씀과

단락별로 점자로 씌워진 글까지...책 한권에 담겨진 사랑이 너무나 커서 뒷면에 씌여진 책 값이

너무 싸다는 느낌마저 든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담은 따뜻하고 소중한 작품집에서 충분히

누리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된다.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하지만 또 얼마나 가난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명상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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