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 할머니에게 물었다고 했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55년 동안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단연코 '쿠바'.

쿠바에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을 거라고 했다.  과거의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여전하고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공존하는 나라 '쿠바'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군대를 제대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은 지긋지긋한 병역의무를 끝내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가보다.

물론 'WEST'라는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기값과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현지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날아간

미국행이었지만 책 사이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그의 병영시절을 보건대 틀림없이 어디론가 튀고 싶었던거다.

나역시 미국에서 면허를 땄지만 만만하지 않았을텐데 참 쉽게 미국면허를 땄다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한 달만에 사고가 나고 비싼 병원비에 꼼짝없이 붙들릴 뻔했음에도 브로커 비슷한 변호사를

피해 최고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를 구해 위기를 면했다니 불행중 다행이라 하겠다.

미국이란 나라는 변호사없이 되는 일이 없는 나라이고 변호사는 사기꾼에 버금가는 악당들이 많은데

그나마 그의 영어실력이 제법 되었던가보다. 그 지뢰밭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게 꼼꼼하게 계약서를 살폈다는걸 보면.

 

 

암튼 그렇게 위기와 맞바꾼 보험금을 담보로 남미로 향했다니 역시 젊음은 막힘이 없다.

아직 타지도 않은 보험금을 믿고 나선 여행도 그렇거니와 책을 읽다보니 남미란 나라 정말 무시무시한 나라였다.

앞서 읽은 책에서도 일부러 관광객에게 오물을 묻혀 닦아주는 척하고 소매치기를 하는 일당들이 득시글 거린다는

내용이었는데..이건 뭐 가는 곳마다 도둑에 사기꾼에 삐끼들이 성업중이라니 기가막힌다. 그죠.

때로는 모든 걸 잃고 다시 일어나고 때로는 거지 비슷하게 배고픔을 견디며 길 바닥에 주저 앉아도 분명 매력이

있었길래 그리 오래 남미를 헤맸던 것이 아닐까. 그 미력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참고서를 파듯이 읽어나갔다.

 

글쎄 돗떼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막추피추와 우유니 사막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아니면 낙천적이고 해맑은 남미인들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

아니면 다니는 곳마다 부딪혔던 어려움을 자신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하나씩 상쇄시키는 보람으로?

어쨋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치부마저 솔직하게 드러낼만큼 꾸밈없음이 한편으로 맘에 들었지만 저절로 혀를 차게 되는 것은 또

어쩔 수가 없다.

도대체 순진한 쿠바의 중늙은이를 등쳐먹다니..말미에 쿠바로 다시 돌아가겠노라고 맹세를 하더만.

제발 300불은 되갚아주기를 바란다.

 

젊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이다. 언제 없어질지도 모를 배낭을 발에 묶어두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외국인에게는 비싼

환율을 적용하는 사기를 치거나 도둑보다 더 무능한 현지 경찰을 만나는 맹랑한 일을 겪으면서도 분명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마광수교수와는 무슨 인연인지 '난 이 여행을 권하지 않는다'라는 추천문이 아닌 추천문(?)까지 버젓이 올릴만큼 당당하니

딱 부러운 건 바로 그 뚝심이다.

마흔을 넘어 오십을 넘어가면 크루즈여행이나 떠날까 이런 고생덩어리 여행은 생각도 못한다.

그러나 몇 십군데 출판사에 기웃거리다 퇴짜맞은 이 여행서의 후편을 기대한다.

왜냐고? 다시 쿠바로 가서 그 돈을 갚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