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남도의 시인 곽재구의 여정은 늘 사람냄새가 난다.

포구의 바닷내음과 거친 노동에 지친 사람들의 땀내음과 어찌 알았는지 철을 챙겨가며 피는 꽃 내음들!

유독 바다를 좋아하는 시인은 노을이 지는 남도의 바다를 보며 안식을 얻고 갯것을 하는 아낙네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한 번쯤 들러갔을 섬 자락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내게 그의 섬 사랑은 유별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섬을 하늘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했던가. 수 천개가 된다는 우리의 섬을 밟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하늘에 닿아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타고르의 시를 공부하기 위해 인도여행을 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인도란 참으로 묘한 나라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언젠가 꼭 인도에 가기를 희망한다.

인간이 고개 숙이는 대부분의 종교의 발생지이기도 하고 여전히 인간에게 등급을 매기고 저울질 하는 나라.

수학과 IT의 강국이면서 길거리에는 역한 냄새가 나고 요가의 명인들의 성지로 알려진 나라.

인도는 인간의 모든 것이 집산된 작은 지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걸까.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나라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여행이란 그 나라에 도착해서 느끼는 것보다 이미 떠나고자 마음먹었을 때 부터 스펀지같은 호기심은

무엇이든 빨아들이려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늙은 프랑스인 부부에게서 나는 악취에 두통을 앓다가 문득 늙은 농부의 손을

보고 평생 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으고 설레었을 가난한 농부의 삶을 연상해내는 그의 감성은

결국 그를 시(詩]의 세상으로 인도했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바닷가마을에서 마주친 백구를 위해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가던 시인에게 백구의 부재는 충격이었으리라.

하물며 복날에 제 주인에게 잡혀먹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야.

 

 

자식처럼 키운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로 키워졌던 백구와의 인연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에 마음이 울적해진다. 섬을 찾아온 낯선 이방인들을 반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우리집의

백구녀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녀석과는 어느 생에서 만났던 것일까.

어쩌면 다음 생에는 내가 백구로 녀석이 주인으로 태어날지도 모를 일.

삶이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일들이 더 무수히 많은 것을.

시인을 글을 읽다보면 두고온 사랑과 잊혀진 기억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나그네들에게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따뜻한 차라도 대접하고 싶어진다.

나는 그들에게 전생에 원수였는지도 모르는데..이렇게라도 업을 닦다보면 소멸에 이르지 않겠는가.

한 권의 불경을 읽은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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