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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자리를 차지했던 이 책을 나는 늦게서야 집어 들었다.
마치 고소한 단팥을 아끼고 가장자리 밀가루만 떼어먹으면서 호시탐탐 달콤함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생각보다 고소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슬프고 아프고 절망했다.
희귀병에 걸려 삶을 마감해버린 '아름'이란 아이의 생이 가여워서.
그리고 어린 나이에 뽀뽀하다가 아이까지 만들어버린 소년 소녀의 철없음이 안타까워서.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의 입을 대신해서 쏟아놓은 그 언어의 아름다움이 너무 절절해서.
그리고 그 언어를 만든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재능이 부러워서.
'한밤중. 나도 잠에서 깰 때가 있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지는 못해....그럴 때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그려왔던 이야기를 생각해. 그건 불 없이도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니까. 불 없을 때 잘되는 일이기도 하고.
마치 옛날 사람들이 아이를 만들 때 그랬던 것처럼.' -226p
그렇게 아름이의 어린 엄마 아빠도 아이를 만들었다. 자신의 삶조차 버거운 그들에게 아름이는 축복이었을까.
재앙이었을까. 아름이는 자신이 그렇게 재앙처럼 부모의 어께에 얹어진 채 살아야 하는게 미안했다.
서른 넷이 된 부모보다 더 늙어버린 아이.
미처 꽃 피워보기도 전에 죽음으로 향하는 아이의 '맑음'속에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부끄러워지는걸까.
뭐든 되고 싶어했던 아이.
부엌에서 쌀을 푸는 소리, 상투적인 멜로영화 예고편, 동네 구멍가게의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를 보고도
살고 싶어했던 아이.
침묵을 해야만 들리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아이, 내리는 눈도 소리가 있다는 걸 아는 아이.
이 특별한 아이를 만들어놓고 결국 먼저 데려가 버리는 것으로 나의 무심과 살아있는 시간의 고마움을 몰랐던 무지를
꾸짖는 작가의 냉정함이 서운하다.
자신을 만들때 엄마와 아빠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그건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음을 글로 남겨 슬픔에 빠질 부모를 위한했던 아이를 난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늦게 아름이를 만난것 처럼 아주 늦게 아름이를 떠나보낼 것임을...그저 안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만물은 또 그렇게 자신의 분신들을 만들어내는 아주 당연한 일들처럼.
이렇게 몇 줄의 글도 함부로 써지지 않는 내 무능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던 작가에게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