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2013년 마지막 날 귀여운 아기 천사를 만났다.

집이 어디인지도 모를 지저분하고 당돌한 여섯 살 짜리 안나는 195센티의 키에 70킬로그램의 몸을

가진 스무 살의 '핀'은 안개가 뿌옇게 깔린 1935년 11월의 어느 날 밤 한 꼬마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얼굴과 팔, 치마 할 것 없이 전신이 온갖 잡색으로 지저분하게 칠해져 있는 새끼 얼룩돼지 같아 보이는

이 소녀는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핀'에게 새로운 인생공부를 하게 해주었다.

 

 

삼일 전에 집을 나왔다는 소녀는 결코 자신의 집이 어디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혹시나 다시 집으로 돌려 보내지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까.

그 날 이후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핀은 안나와 환상의 짝이 되어 미스터 갓을 만나는 여행을 하게 된다.

안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3년 이란 시간동안.

호기심가득하고 맹랑하기까지 한 안나는 사람들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아니 사실 안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아는 아이 같았다.

때로는 영악한 모습에 캐슬 목사님은 조숙하다고 했고 이웃의 친구들은 두려워하기도 했던 안나.

하지만 안나에게 미스터 갓은 가기 싫은 교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늘 자신의 곁에 있는 미스터 갓을 왜 교회에서만 만나려고 하는지 안나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가 아닌 '미스트 제더'조차 '미스터 갓'의 사랑하곤 같지가 않단다. 미스터 갓은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지만 인간은 할 수 없고 인간의 사랑은 유한하지만 미스터 갓의 사랑은 무한하므로.

 

 

"메기, 천당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까? 마호케트교인들이 가는데 따로 있고, 불교도들이 가는 극락

따로 있고, 그리스도교인들이 가는 천국도 따로 있고, 유다인들을 위한 곳이 따로 있느냐 이 말이야." -201p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고 나는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이 질문은 내가 늘 신이라고 말하는 그 분께 드리고 싶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신들은 통합할 의지가 없는 것일까.

인간들에게 나뉘어 숭배받는 신들의 세상역시 무지개색처럼 나뉘어진 것일까?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전쟁을 보면 왜 내가 이런 의문을 가진 것인지 이해할 것이다.

때로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들은 이런 천진한 아이들에게 대답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밤은 생각을 크게 만들어주고 영혼이 별들만큼 높아지게 해주거든요. 밤은 사람을 가둬두질 않아요." -218p

안나는 밤 사람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는 우디 영감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인은 안나에게 낮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러쿵 저러쿵 묘사하지만 밤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니까 스스로

나를 묘사해야 되기때문에 더 자유롭다고 응답한다.

참 멋진 말이다. 여섯 살 꼬마 여자아이와 노인의 대화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대화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안나는 철학자요 수학자며 예언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맑은 혼은 시공과 차원을 넘어서 만물과 소통하고 받아 들이는 자유로운 아이였다.

이런 매혹적인 여자아이가 실존인물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여덟살의 어린 나이에 미스터 갓의 품에 안긴 안나는 앞만 보기 때문에 뒤가 없다는 미스터 갓의 엉덩이를

보게 되었을까?

 

밀리언 셀러 '무지개 원리'의 차동엽 신부가 번역을 한 이 작품이 왜 감동 깊은 책이라고 했는지 알만했다.

정말 이 세상에 안나와 같은 소녀가 잠시 머물다 갔을까.

일단 안나를 만나면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만 하겠지만 누구든지 안나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우주 어디선가 날아와 인간들에게 희망을 주고 떠난 천사가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스터 갓이 하늘에서 보시기에 참으로 대견한 아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빨리 데려가셨는지도 모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