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된단다 -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 임동권 샘터 솔방울 인물 14
남찬숙 지음, 최지은 그림 / 샘터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풍속이나 신앙 습관등을 조사하여 민족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려는 학문을

민속학이라고 한다. 어느 민족에게나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풍속이나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까지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후대 사람들에게

잊혀져 그 흔적마저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의 그런 흔적들을 꼭 알아야 하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빠른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희미한 흔적만 남은 그런 문화가 지금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가 없는 현재와 미래는 존재할 수가 없다.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 임동권선생의 삶을 소개한 책이 나왔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전에 나역시도 월산선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다.

우리의 역사속에 남은 수많은 위인들속에 월산선생은 그만큼 낯선 이름이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5월 22일 충남 청양군의 작은마을에서 태어난 임동권은 전통있는 유교가정이면서

농사를 크게 짓고 양조장을 경영하는 집안의 셋째 아들이었다.

어려운 시절임에도 사는 형편이 넉넉한 편이라 큰 고생을 하지 않았던 것같다.

더구나 교통이 불편한 시골구석에 있었던 터라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일본으로부터 징집장을 받기 전까지는

무풍의 삶을 살았지만 결국 일제의 마수는 그를 탄광으로 내몰아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장난이 심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던 동권은 소설가를 꿈꾸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부여된 소명은 소설가보다는 우리민족의 혼을 연구하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1947년 국학 대학의 문학과에 입학하여 만난 방종현은 그의 인생을 바꾼 평생의 스승이었다.

언어학자인 방종현선생을 쫒아 방언 수집을 다니던 중 우리의 민요를 만나게 되고 그가 평생 민속학을

연구하게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민속학에 대한 자료도 부족했거니와 가난한 현실에서

민속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책상만한 녹음기를 빌려 민요를 채집하고 지역마다 독특한 무형의 문화재를

발굴하여 지정을 하는데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사라진 '설날'을 부활시킨 것도 월산 선생이었다.

누군가 길이 보이지 않는 하얀 눈밭을 처음 걸어나가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발자욱이 뒤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지표가 된다면 발을 한 발자욱 내 딛는 일은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역사'가 되기도 할터이다.

비틀리고 가난한 조국의 풍속을 찾아내고 기록하는 그 무수한 발걸음은 결국 크게 결실을 맺어 수많은 저서를

편찬하고 외솔상과 아시아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민속학을 부흥시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월산 민속학술상'을 만들만큼 그의 민속학에 대한

애정은 뜨겁기만 하다.

고정관념을 지닌 관료들을 설득하여 전통문화를 살려내고 보존하는 그의 일은 돈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그가 쌓아 놓은 우리 민족의 흔적에는 수많은 오해와 무관심같은 방해도 많았을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을 묵묵히 꿋꿋하게 걸어온 그의 힘찬 발걸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묻힐뻔한 과거의 시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아이들의 어떤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될런지...학원으로 내몰리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 가슴아프지만

과거의 흔적을 쫒아 되살려낸 월산선생의 발자취도 역시 역사로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