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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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렇게 인류의 모은 언어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저자가 부럽다못해 질투까지 일어난다.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이 남들보다 특출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도 수십년 영어를 공부했지만 콩글리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능력이 따라줘야 한다고 스스로 위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무지 우리말처럼 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단순히 말하고 듣는 것뿐만아니라 어원까지 파헤칠 수 있다면

이건 그냥 '몇 개 국어를 능통하게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 천재적인 능력이라고 판단된다.

단어 하나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니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것처럼 흥미롭고

역사스러울 수가 없다.

 

 

예전 인류의 언어는 하나였다가 신께 향하는 바벨탑을 쌓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바람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탑은 무너지고 이 후 사람들의 언어가 나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이 전설이 그냥 전해진 말이 아니라 어쩌면 사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뿌리를 쫓아 올라가 보면 인도와 서유럽의 언어가 같은 곳에서 나왔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고

인류의 기원처럼 언어의 기원도 비슷하게 내려왔을 것 같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인류의 언어로 본 인문학을 보면 언어의 발생이 필요 불가분하지만 사소할 때가 많아서

웃음이 나온다.

'robot'로봇이란 단어가 체코에서 왔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하필이면 그 시절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옆에 있었던 체코가 피해국이 되면서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곡물을 죄다 바쳐야 했던 가슴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것은 알지 못했다. 중국이나 일본에 둘러쌓여 늘 골치를 썩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신세였나보다.

우리도 뼈아픈 역사가 있지만 유럽의 슬라브족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미국의 노예로 팔려나가듯 슬라브족들이 유럽인들에게 팔려다니는 노예 신세였다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슬라브'가 '노예'라는 뜻의 영어단어가 된 유례이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크라상빵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마치 초승달 모양의 크라상은 역시 강대국이었던 오스트리아가

터키에 이기고 터키 국가에 그려져 있는 초승달 모양의 빵을 구워 먹으면서 프랑스 말로 초승달이라는 뜻의 '크루아상'

이라는 말이 붙여졌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몬탈보의 소설중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신비로운 섬의 이름이었으며 아랍어로 '리더'를

뜻하는 'caliph(칼리프)라는 스페인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는 금이 나오는 땅이 되면서

젖과 꿀이 나오는 신비의 섬의 이름값을 대신했으니 몬탈보는 미래예언의 능력이 있었던 셈이다.

 

몬태규백작의 영지는 대대로 '모래 덮인 해안'이었다고 한다. 즉 sand+beach.

빵 두개 사이에 고기를 끼워먹어가며 도박을 즐기던 몬태규백작의 이름을 함부로 그냥 부를 수 없어 상징적으로

'샌드위치'라고 부르던 것이 지금의 빵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 요즘 카디건은 겨울철 필수의 옷이 되었지만 실제로 이 카디건의 이름을 물려준

카디건 백작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엄친아였고 인도에서 귀족적인 군생활을 하던 그의 이야기가 부풀려져

군영에서 뜨개질 조끼를 걸쳤다고 소문이 나고 기업들의 돈벌이에 '카디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의 허풍스런 삶이야 어떠했던 후대에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라도 남겼으니 성공한 삶이라고 말해야겠다.

 

이렇듯 우리네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언어들..'스팸'이니 '버그','아바타'같은 말의 유래를 살펴보니 이러다가

나도 몇 개 국어는 능통하지 않을까 싶다.

왜 저자가 '언어 천재'이면서 '공부법'에도 천재였는지 이 책을 읽고 보니 절로 이해가 간다.

이렇게 조목조목 역사와 전설이 깃들여진 연상작용으로 머리에 집어넣는 방법이라면 모든 공부가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때로는 신들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어진다. '왜 어떤 사람에게만' 이런 재능을 주시는 건지.

언어속에 숨겨진 역사를 찾는 여행이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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