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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 - 가깝고도 먼 대국굴기의 중국 중국인의 성격 전격해부
장홍제 지음, 황효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기도 쉽지 않지만 나를 안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수민족 출신이긴 하지만 중국인의 '중국 바라보기'는
참 실랄하고 정확해서 놀랍기만 하다.
동북아의 중심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특색을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일본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자. '위기에 강한 일본'이라고 표현할 만큼 확실히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100m달리기에는 1등을 한 것처럼 보인다. 부족한 자원과 불안한 재해에 시달리다보면
예민해지고 검소해지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겠다는 친절한 마음 뒤에는 정작 속을 내어주지 않는 이중성이라든가.
심지어 사무라이의 잔혹함이 깃든 냉혹함같은 것들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와는 반대로 대국의 위엄을 갖춘 중국은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를 둘 만큼 문화적으로 앞선데다가
풍요로운 국가였다. 하지만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선을 분명히 하지 않는 고단수의 처세가 우선 떠오른다.
중국의 유학생이었던 루쉰이나 장제스의 말처럼 일본인들은 소식을 하고 적은 것을 지향하는 문화이지만
중국은 대식가에다 통크고 체면을 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보다 오히려 유교에 잔재가 더 사회를 지배하는 국가로서
효를 중시하고 도덕을 덕목으로 삼는다. 오랫동안 중국을 섬겼던 나라로 통치체재나 사회적인 구조가 중국과
상당히 닮아있는데다 통치자나 권력집단의 부정부패까지도 흡사하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끼인 땅덩어리답게 중국의 장,단점과 일본의 특징같은 것이 고루 섞인 느낌이기도 하다.
기회주의자인 일본은 재빠르게 서구열강의 모델을 답습하여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었고 중국은 거대한 땅덩어리속에
잠겨 한 동안 세계와 단절된 공산주의 덕분에 잠자는 용의 모습으로 낙후되었다.
그 사이 한국은 놀랄만큼 빠른시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불가사의한 국가로 성장했다.
이러한 삼국의 모습에는 그렇게 살게끔 환경에 길들여진 민족들의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점을 역사와 더불어 조목조목 잘 짚어내고 있다.
대국이었지만 수시로 주변국과 전쟁을 일으키고 수없는 왕조들을 거쳐야 했던 중국과 홀로 외로이 떨어져 갇힌 문안에서
평화를 구가하던 일본. 그 틈에 끼어 양국과 사대와 반목, 전쟁을 반복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
오랜세월 그런 환경속에 길들여져 삼국은 각기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투영된 것이다.
'야만이 때로는 문명을 이기기도 한다. 이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는 항상 결국에는
간단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그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363p
일본의 열등감은 당시 부강한 서양을 쫓아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재빨리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똑같이 역사에 큰 상처를 남긴 일본의 침략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방식도 중국과 한국은 다르다.
거대한 국가는 왠만한 아픔정도는 묻혀도 대단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도의 끝자락에서 끊임없이 시달리던
소국은 상대의 상처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 '오기'가 한국을 성장시킨 요인이 아니었을까.
저자가 보는 한국은 긍정이다. 개발도상국이면서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뤄내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나라로 지는 일본에 못지않은 발전국으로 해석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봄이면 황사에 겨울이면 미세먼지를 흩뿌리는 여전히 낙후된 환경의식을 지닌 조국. 교통질서는 한심할 정도이고
졸부들의 부는 정신적인 성숙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도 보여준다.
어떤 점에서는 유대인과도 비슷한 민족성을 지닌 중국인들의 지독한 상술이나 가능성에 대한 희망도 엿보인다.
한국을 중국의 롤모델국가로 삼고 싶은 부러움도 느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 짚어내고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들의 단점과 과오를 안다는 뜻이다.
이런 냉정한 눈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잎에 쓴 약은 몸에 달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자조적인 시각과 비판이 당장은 껄끄럽지만 우리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음을 알기에 곧 그들의 저력이 세상을 놀라게 할 날이 올 것임을 예감한다.
이미 '잠자는 용'에서 깨어나 용트림을 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은 바로 이런 '자신을 바라보는'중국인들의 등장에서
알게 되는 것이다. 한국...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겠다는 걱정이 든다. 넓은 저자의 시각에 중국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