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로마니아 - 온다 리쿠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온다 리쿠 지음, 송수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메갈로마니아'-'과대망상' 혹은 '고대망상'을 뜻하는 제목이란다. 일본어로 '과대'와 '고대'가 발음이 같다나.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의 남미 여행기에 슬쩍 묻어가면서 그녀의 비행기 공포증과 고소 공포증에

같이 멀미를 하고 좋아하는 맥주에 같이 취하는 날들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여류추리작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 분야의 작가들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온다 리쿠라는 여자작가가 결코 쉽지 않은 '추리소설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평소에 궁금했던 그 해답을

찾은 여행이기도 했다.

 

 

마야나 잉카, 아즈텍 문명의 발상지 남미는 작가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는 가장 먼 비행길이라고 한다.

비행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쓰고 싶은 소설의 구상 때문이기도 하다.

밀림의 한가운데, 혹은 높은 산꼭대기에 지어진 문명들은 기원도 불분명하고 멸망또한 불가사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곳에 서면 그들이 살았던 시간들이 보이고 그 문명의 기원이라고 여겨지는 우주에서 들리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역시 하얀벤츠버스에 실려 우르르 몰려가는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 끼어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녀의 말처럼 '작가가 쓴 기행문'처럼 재미있고 섬세하고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여행문이 또 있겠는가.

그저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일테니 가보지 않고도 간 것같은

'레알'그 자체일테니 말이다.

단순히 예민하기 때문에 아주 희한한 기분을 느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마야 유적지의 한가운데에 있는 호텔에 들어섰을 때 부터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노크소리에 잠을 깬 그녀는 덩치 큰 거인이 자신을 찾아온 것만 같았다고..꿈이 아니고 분명 자신을 깨운

큰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결국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그 곳을 살던 누군가가 그녀에게 뭔가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고 믿는다.

 

 

뭐든 잘 먹는 그녀도 어느 새 일본의 '튀김과 돈가스와 라면'이 그리워지고 정성이 깃들지 않고 부피만 컸던

멕시코 음식이 싫어지더라고 했다. 그래도 유독 남미의 국가들은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일식당들이 있어 다행스러웠겠다.

 

가능한 열심히 일기도 쓰고 메모도 했지만 너무도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그 곳을 얄팍하게 관찰해서 소설의

무대를 세운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고...자책하는 장면에서는 작가로서의 완벽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된다. 적어도 과거의 작품도 그러했지만 앞으로의 작품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솟는다.

 

사이 사이 이십년전 사라져버린 여학생이 등장하고 갑자기 섬광처럼 번쩍이는 바다를 향해 이구아나들이 떼지어 몰려가는

영상들은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그녀가 여행내내 남미의 문명들이 멸망했던 것처럼 우리도 언젠가 멸망의 날을 맞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들이

갈피의 작품에서 그대로 묻어나온다.

하긴 열대의 그 나라들도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해가고 있다니 과거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 모를 그 문명의 사람들처럼

우리의 사치스런 문명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비행기 공포증도 없으면서 여전히 반대편에서 밍기적거리는 게으름쟁이에게 3일간의 여행은 덥다가 춥다가 무서웠다가

신비스런 경험이었다. 그녀의 다음작품에 이 여행기의 흔적이 있을지 꼭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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