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요, 서울에 물들다 - Sun Yao's Seoul Diary
손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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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미녀들의 수다'는 이런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었다.

'미수다'로 탄생한 외국인 스타들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단지 운이 좋아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손요'가 쓴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별은 내 가슴에'을 보고 안재욱에게 빠지고 뜻은 알 수 없지만

김수희의 '애모'를 듣고 지금까지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애창곡이 되었다니 손요와 한국의

인연은 이미 예정되어있던 것이 아닐까.

'ㄹ'발음을 못하는 중국인들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한국어 발음을 완벽하게 했다는 것만

봐도 이미 그녀는 한국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스런 딸을 타국에 보내야했던 부모님의 걱정은 보살님에게 점까지 봐야 할 만큼 심각했을 것이다.

비싼 유학비용까지 모아주셨던 친척들과 가족들의 사랑이 '손요'를 강하게 이끌어준 힘이 된 듯하다.

 

잠깐 다녀오는 외국여행을 떠나도 걱정이 많은데 하물며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는 유학길이 어찌 겁이 나지

않았을까마는 대륙의 여인답게 잘 견디고 소망을 이룬 것 같아 지켜보는 나도 뿌듯해진다.

 

내성적이라고 했지만 낯선 한국에서 맞닥뜨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장면은 결코 그녀가 소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어를 빨리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도서관에서 친구를 찾아내거나 한국 여학생들과

룸메이트를 제안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한국어학당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대학입학에 도전하고 어학당친구들의 '배신자'라고

눈총을 줘도 유유히 예전 대학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은 그녀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부족한 영어실력을 위해 필리핀으로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도 그녀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물론 중국인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 '김떡순'에게 홀딱 빠졌다거나 날로 먹지 않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의 '회'에 입맛을 길들인 손요의 적응력도 놀랍다.

 

냉면그릇으로 술을 퍼 마신다는 대학 신입생 ot 문화는 낯 부끄러운 문화이지만 조심조심 친구가 되어가고

밥 사주고 술 사줘야 하는 선배가 되어 후배를 피해 다녔다는 장면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가난한 유학생 주머니가 애틋하기도 하고 낯선 한국대학생들의 문화에 당황했을 손요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팅이나 소개팅 말고도 '방팅'이 있었다니..나도 처음 듣는 이런 만남들이 지나놓고 보니 아쉽더라구 했다.

얼핏 가벼워 보이던 이런 풍속도 다 나이가 있더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고개가 끄덕여진다.

분명 어떤 문화는 외국인의 눈에 좋지 않게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와 용서로 받아들이고 점점 한국에

물들어가는 손요의 모습이 기특하고 아름답다.

 

 

흙으로 지은 한옥집이 편안하다하고 남대문시장에서 그릇을 사고 갈치조림을 먹는 그녀에게 한국이 제2의 고향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조국 중국에 손요는 긍정의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표현을 했던 손요의 조국 중국이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의 값싸고 허름한 이미지의 중국이

아니라 비상하는 용이므로 분명 머지않아 우리는 선진국 중국을 만날 것이다.

중국인 손요의 눈으로 본 한국이 더 멋진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글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그림들이 손요의 작품이라니 화가가 꿈이었다는 그녀의 소망이 언젠가 이루어질 것 같다.

우선 화가보다 만화가로 나서면 어떨까. 재치덩어리 손요씨!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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