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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늘 그렇지만 샘터는 삶에 지치고 갈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샘물과도 같은 책이다.

10월의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푸른색 표지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황금색 깃텃을 지닌 새가 날아왔다.

'가을이 물고 온 편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양인자작가님의 '남미 무전 여행기'가 실려있다.
'바람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아~~ 어디선가 조용필의 이 아름다운
노래가 마구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천만 원이 넘는 여행비를 이삼만 원만 쓴 무전여행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남미의 2주일 동안 밤마다 탱고 클럽을 다니셨다니..나도 좀 데려가시지.
역시 남미는 피곤할 겨를도 없이 여행자를 몰아부치는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선생님 나도 그 훌륭한 가이드 소개좀 해주세요.

마침 샘터 11월호를 받아 든 날은 '책의 날이라던가.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 곧 책벌레라고 자칭한 이덕무의 '책을 읽을 뿐이다'라는
좌우명이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서얼임에도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정조에게 발탁된 것은 바로 책의 힘일 것이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진다'라는데..나는 지금 부유한지 되묻게 된다. 하지만 박수밀교수의 말대로 부귀하지 않을들 어떠랴.
책을 읽는 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가는 힘인 것을.

아 내영원한 사랑 '겨울 나그네'의 민우를 탄생시킨 최인호작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기사를 보니 울컥 슬픔이 밀려온다.
수녀인 친구는 작가가 마지막까지 입원해있던 병실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했다.
'최인호작가님의 장례식장에 왔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모두 모인것 같아'
옆방에 있던 추기경님 문병을 왔다가 인사하게된 작가는 환자같지 않게 잘 웃고 잘 웃겨서 눈치보지 않고 많이 웃었다는데.
내 치열했던 질풍노도의 시간들은 그가 다독다독 '가족'이란 이름으로 잠재워줬었다.
나는 그에게 영원한 '다혜'이고 싶었는데. 환자로서 죽어가고 싶지 않다고..작가로 죽고 싶다던 그의 마지막 말처럼
끝까지 만년필을 놓지 않았던 작가에게 나는 '영원한 작가상'을 수여하고 싶다. 더불어 그 곳에서도 부지런히 책을 집필하여
언젠가 마주할 나에게 번듯한 신간들을 자랑스럽게 내주셨으면 좋겠다. 안녕..작가님.

최인호작가님을 추모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김홍신작가를 봤다. 최인호작가가 김홍신작가의 아드님 주례를 서주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을 못지킨 것을 평생 미안해하더라면서 아주 오래전 신춘문예심사원으로 만나 금방 '형','동생'했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든 잘 나가던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소대장 시절(아..rotc출신의 장교였구나)의 사진을 보니 키야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치고 참으로 꽃스럽다. 연애편지를 대필하던 순간부터 이미 작가에 입문한 것이 아닌지.
다행히 군대에서 축구했던 얘기는 없다. ㅎㅎ

10월은 그렇다고 치고..11월이라는 숫자만 봐도 옆구리가 시리다. 12월보다 더.
이달의 특집 '외로움도 힘이 된다'라는 주제가 왠지 시린 옆구리를 따뜻하게 덮혀줄 것같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에 들어간,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유양수씨는
에어컨도 없는 7평 남짓한 방에서 치열한 싸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 힘든 싸움에서 외로움은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이런 담금의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외로움'을 나를 벼리게 하는 '용광로'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가끔은 찾아와도 좋을 친구가 될 것이다.

낙동강에도 섬진강에도 이제 재첩은 귀한 녀석이 되었다는데 40여년을 시어머니에 이어 '재첩국'을 끓여 판다는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그립다. 손톱만한 조개에서 뽀얀 국물을 우려내어 부추를 동동 띄운 재첩국을 앞으로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6개월을 끓이고 부어 삭힌 참게장과 할아버지가 가꾼 유기농 농장에서 딴 매실을 담근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재첩회도 그립다.
내년 3월 딱 한달만 나온다는 벚굴을 먹으로 하동으로 가련다.
친절하게도 40년 비법의 손맛레시피가 100p에 올려져 있다.
아이구 쉽네..했다가는 이순자 할머니의 '쉽기는 뭐가 쉬워 재첩 씻는게 얼마나 어려운데'라는 호통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귀한 재첩은 어디서 구하나.
역시 어느 한 쪽도 버릴 수 없는 알토란같은 기사로 시린 옆구리가 따땃해졌다.
늘 그렇지만 어느새 다음호의 기사가 궁금해진다.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2013년 12월호 특집은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라고 한다.
200자 원고지 5~10매 정도의 분량으로 10월 31일까지 마감이라고 하니 수없이 꿈꾸었던 그 순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볼까?
여러분들도 함께 떠나보심은 어떠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