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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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 된 딸아이가 누워있는 병실 침대곁에서 한 남자가 오열하고 있었다.

올해 유난히도 바빴던 영화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도저히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상황이 힘들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영화배우이기 이전에 그는 아빠이고 남편이기에 8살 소녀에게 닥친 비극과 마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57살의 짐승같은 남자가 여린 꽃잎같은 8살의 소녀를 범했다. 아니 범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가볍다.

아이를 때리고 실신시키고 강간하고 자신의 죄를 덮기위해 내장마저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든 법의 잣대로 그는 겨우 12년의 형을 받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꼬박 꼬박 밥을 얻어먹고 살아가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소녀는 짐승같은 그 아저씨가 몇 년후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지 묻고 있다.

 

 

 

얼마전 잠이 오지 않아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돈 크라이 마마'도 이와 비슷한 비극이 펼쳐졌었다.

집단 강간을 당한 딸이 자신의 생일 날 자살을 한다. 법은 강간을 한 청소년들에게 가벼운 형량만 선고한다.

그 참담했던 장면이 인터넷으로 유포가 되었고 그 사실을 안 엄마는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 강간한 아이들을 단죄한다.

이 사건 역시 밀양 여중생 강간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했다. 무려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번도 아니고 수시로

불러내어 집단 강간을 일삼고 아직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사면이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8살 소녀를 무참하게 강간하고

폭행한 짐승에게도 술을 많이 마신 정황이 인정되어 감형이 되었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연 대한민국이 성범죄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한 아이의 불행을 두고 여론은 그저 뉴스거리로, 일부는 밥벌이로 또 많은 사람들은 전염병을 옮기는 환자로 취급하는

아픔까지 겪었던 소녀의 가족들은 우발적인 살인보다 더 극악스런 성범죄의 법개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재원 작가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세상에 아픔을 드러내기로 했단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는 소작가의 전화번호를 '키다리 아저씨'라고 저장했다지. 그에게 나영이는 지켜주지 못한

땅콩이..또 다른 나영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상업성 영화에는 손을 떼기로 했다는 이준익감독도 손을 걷어 부쳤다.

 

조두순사건이 모티브인 이 소설은 사건의 잔혹성이나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한 내용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 껴안을 수밖에 없는 가족간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사랑스런 딸 지윤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배변주머니를 달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동안 지윤아빠는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억상실과 지능저하의 이상증세를 보인다.

졸지에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된 지윤엄마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남편과 상처투성이의 딸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일에 파묻히는 것으로 진실을 외면하던 지윤엄마는 이혼의 위기를 넘기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행과 맞서기로 한다.

 

극도의 공포로 남자와 대면하기 싫어하는 지윤이를 만나지 못하는 지윤아빠는 지윤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주인공

도라에몽이 되어 지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지윤과 같은 8살의 지능으로.

 

지윤이와 만나기로 한 놀이공원에도 지윤아빠는 도라에몽 옷을 입고 나간다. 정신이상자처럼 보이는 그의 행동에

택시기사도 놀이공원의 직원들도 응원을 보내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학교 입학을 위해 사방을 뛰어다니지만 배변 주머니를 달고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 지윤이를 반기는 학교는 없었다.

먼나라의 남의 이야기였을 때에는 동정하고 눈물짓던 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섞이는 것은 용서하지 않았다.

 

'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외쳤던 예수가 감쌌던 여인은 스스로 남자들에게 몸을 내준 여인이었다.

하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해가자 된 어린 소녀를 대하는 우리들의 시각은 너무도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지윤이네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꿋꿋하게 세상과 맞선다.

그래도 이 세상에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역시 '사랑'밖에 없음을 확인하면서.

한식탁에 모여앉아 맛있는 식사를 나누는 그 단순한 행복으로 되돌아가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지만 지윤이네

가족은 차가운 세상에 더 단단히 울타리를 세우고 우뚝서서 깃발처럼 외칠 것이다.

'그 어떤 시련에도 우리는 견디었다고.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를 보라고.' 

태풍에도 꺾일 것 같지 않은 그 깃발을 보고 우리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수많은 성범죄자들과 어리숙한 법앞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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